무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심화하는 가운데, 미국의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업체인 화웨이와 다른 IT 업체를 겨냥한 견제를 더욱 강화하는 조치를 예고했다.
◆ "화웨이 제품 이용하는 중소통신업체에 보조금 지급 중단"
아짓 파이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 의장은 미국 의회에 보낸 서한을 통해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술 기업들의 스파이 위협에 대한 의회의 우려를 공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23일(이하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파이 의장은 의회의 우려에 공감을 표하면서 이를 불식시키기 위한 구체적 계획도 함께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FCC는 미국 통신업체들이 화웨이를 비롯한 중국 통신장비 업체의 제품을 구입하는 것을 제한하기 위해 화웨이 등의 제품을 사용하는 업체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WSJ은 전했다.
현재 미국 정부는 통신망이 다소 열악한 농촌 지역에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는 미국 중소업체들과 저소득층의 통신 서비스 이용을 돕기 위해 약 8조 6000억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앞서 지난 2012년 미국 의회의 보고서를 통해 화웨이의 장비가 중국 정부의 지원을 받은 염탐 행위나 사이버 공격에 사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 AT&T를 비롯한 다른 여러 대형 기업들은 이미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고 있다.
때문에 화웨이는 최근에는 미국 내 지방의 소규모 무선·브로드밴드 서비스 제공업체들을 공략하면서 미국 시장을 넓혀왔다. 한편 이번 FCC의 조치는 화웨이를 비롯 중국 통신장비 제조업체들에도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고 WSJ은 전했다.
◆ "중국 IT 업체에 대한 경계심 날로 커져"
최근 미국에서는 중국의 IT 업체들에 대한 경계심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미 의회 상·하원 정보위원회 의원들이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서신을 보내 중국 기업 화웨이가 미국의 통신 대기업을 통해 제품을 런칭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의원들은 미국 정보기관들로부터 중국 통신 기업들의 적극적 진출 위험성에 대해 보고를 받고 있다는 내용을 서한에 넣었다고 WSJ은 전했다.
서신에서 의원들은 FCC에게 AT&T가 화웨이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계획을 면밀하게 검토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화웨이는 올해 초 미국 2위 이동통신사 AT&T를 통해 최신 스마트폰 메이트 10을 미국에서 직접 판매하려 했지만 미 정부의 안보 우려 목소리가 커지면서 결국 판매는 좌절됐다. 지난 1월 말에는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화웨이 제품 판매를 거부했다.
WSJ은 "미국 관료들은 중국 정부가 중국 통신장비 제조 업체들을 이용해 미국 내 정보를 염탐을 하거나, 통신 시설을 무력화하거나, 혹은 온라인 해킹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보국(CIA)과 국가안보국(NSA), 국가정보국(DNI), 연방수사국(FBI)을 포함한 6개 미 정보기관 수장들도 지난 지난 2월 상원 정보위 청문회에서 해킹 가능성 등을 우려하며 화웨이와 ZTE 제품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 하원 정보위는 지난 2012년에 중국 업체들이 중국에서 만들어진 장비를 통해 미국에서 첩보 활동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를 담은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난 12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화웨이와 ZTE의 장비를 국방부의 핵무기 관련 시스템에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기업인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하는 것을 금지하면서 무역전쟁이 IT 분야로 더욱 확산하게 됐다고 외신은 지적했다.
미국 정부는 브로드컴이 퀄컴의 연구 개발 비용을 삭감하면서 미국 기업의 기술 발전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으며, 이는 결국 통신 분야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FCC의 이번 제안은 최근 디지털 분야에 있어서 중국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데 대한 미국 정부의 우려를 반영한 또다른 예라고 외신은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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