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표면적 대립은 격화되고 있지만, 양국은 문제 해결을 위한 협상을 물밑에서 진행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WSJ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최근 무역 불균형을 이유로 들면서 중국에 강력한 관세 부과를 요구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규제를 완화하는 요구를 내밀면서 조용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이 겉으로는 관세부과 등 전면적 무역전쟁을 선포하고는 있지만, 결국 강력한 대치보다는 협상을 통한 자국 이익 챙기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외신은 이번 물밑 협상을 통해 미국이 중국에 관세부과를 요구하고 중국이 보복 조치를 예고하는 등 절정으로 치닫고 있는 양국의 무역긴장이 다소 완화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2일 중국에게 최고 600억 달러에 달하는 관세를 중국에 부과할 것이라고 밝히면서도 "우리는 중국에게 우리는 매우 거대한 협상 속에 있다는 것을 알렸다"고 말했다. 관세 부과가 협상의 수단일 수도 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이번 협상에 중점이 되는 것은 금융서비스와 제조업 분야이며, 중국 측에서는 류허 경제 부총리가 미국 측에서는 스티브 므누신 재정부장관, 그리고 무역대표부의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대표가 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WSJ은 지난 주말 므누신 총리가 류 총리에게 보낸 서신에는 미국 자동차에 대한 중국의 관세 인하, 미국 반도체에 대한 중국 기업의 구매 증가, 그리고 미국 기업들의 중국 진출 완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진전을 위해 므누신 장관은 근시일 내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신문은 덧붙였다.
신화통신은 최근 류 부총리가 지난 24일 므누신 장관과의 통화에서 최근 미국 정부의 공격적인 무역정책은 중국뿐만 아니라 미국과 전세계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양국이 안정적인 경제 무역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자"고 제안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무역적자 감소를 위해 중국 정부가 미국 자동차에 부과하는 관세를 낮출 것을 제안하며 동시에 중국이 일본과 한국에서 사들이는 반도체의 양을 줄이고, 미국산 반도체를 사용할 것을 요구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WSJ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전했다.
미국이 이처럼 관세 부과를 무역 문제 해결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무역협상에서 미국에 양보하는 것은 외국의 압력에 굴복하는 것처럼 보여 중국 리더십에 타격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편 므누신 장관은 25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만약 중국이 시장을 개방한다면, 그것은 미국 기업들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라면서 “나는 우리가 합의에 이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희망하고 있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는 관세를 계속 추진해 나가는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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