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사랑을 받았던 KBS2 주말드라마 ‘황금빛 내 인생’에서 서지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 이태성이 드라마 종영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길었던 9개월의 레이스를 마치고 쉴틈 없이 차기작 촬영을 곧바로 시작한 이태성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태성은 “9개월 촬영했더니 아직 드라마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 다들 만날 것 같은데 곧바로 다른 작품을 들어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바로 차기작에 돌입한 이유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 때문이었다.
“사실 서지태가 답답한 캐릭터였다”던 그는 “캐릭터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생기없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그런상태로 9개월을 살아온 기분이었기 때문이다. 그런 기분을 리프레시하고 싶었기 때문에 곧바로 차기작을 선택했다. 쉬고 재충전을 할 수 있었지만 ‘황금빛 내 인생’의 촬영에 밤을 샌다던가 하는 건 없어서 체력적으로 피곤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실제로 저는 자존심이 강한 편이다. 제가 힘들면 힘들다고 말 안하고 참는 성격이다. 그러나 서지태는 그런 것조차도 없었다. 본인의 현실에 갇혀 살아야 한다고 해야할까. 그런 피해의식에 젖어있는 캐릭터였기 때문에 많이 답답했다”고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했다.
시청률 40%대를 훌쩍 넘었던 ‘황금빛 내 인생’의 인기 비결에 대해 이태성은 “처음에 시작할 때 30%는 넘는다였다. 물론 시청률이 높으면 기쁘지만 연연하지는 않았다. 현장에서 시청률 이야기 하며 자축의 박수를 치긴 했었다”며 “40%대가 넘어가면 기세를 느끼긴 한다. 특히 소현경 작가님의 스코어가 좋았기 때문이라 본다”고 전했다.
이어 “주말드라마에서 예상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닌 젊은층들이 고민하고 있는 문제가 뭔지에 대해 주제를 삼았던 것 같다. 우리 커플들의 이야기만해도 연애와 결혼, 출산에 대한 현실적인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20~30대가 고민하는 이야기를 다뤄서 사랑받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이수아 역을 맡았던 박주희와 함께 커플 연기를 선보였던 이태성. 우여곡절 많았던 두 커플 사이에서는 극중 낙태 신고 발언이 한 차례 논란을 빚기도 했다.
그는 “촬영하는데 원래 지문에는 (112를 누르면서)라고 돼 있었다. 그런데 그 부분은 과해서 감독님께 말씀드려서 조율을 하기도 했다. 사실 신고하겠다는 건 그렇게라도 잡고 싶었던 이유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안 할 수 없는 대사라고 생각한다. 낙태 관련한 부분은 사회적으로도 논란이 되는 상황이지 않느냐 사회상이 녹여있다보니 조심스럽긴 했지만 어떻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 생각한다. 수위를 어느 정도로 해야하는지 두 세 버전으로 연기를 해봤다. 그렇다고 욕을 덜먹기 위해서 그런 부분을 연기 안 할 수 없었다. 그런 부분들은 표현하기 쉽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태성은 학창시절 야구선수로 활약했던 과거는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 있다. 과거 운동 선수로 활동했기 때문에 체력적이나 멘탈적인 부분은 강한 이태성이다. 그 시절이 그립지 않냐는 물음에 그는 “전 농담으로 현재 프로에 있는 친구들에게 나는 70~80세까지 할 수 있는 직업이라고 한다. 하지만 야구선수는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지 않느냐. 그래서 저는 야구 선수를 했던 시절은 추억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잠실야구장에서 마운드에 서는 게 꿈이었는데 배우로서 선 적이 았었다. 상황은 달랐지만 목적은 달성한 셈이라 볼 수 있다”고 웃었다.
같은 야구 선수 출신인 배우 윤현민과는 절친이다. 나이도 같은 동갑내기에 야구 선수라는 경험이 친분을 이어줬다. 이태성은 “야구할 때부터 현민이와 알고 있었다. 그리고 프로에 가서도 알았고, 배우가 된 뒤부터 플레이보이즈라는 야구단에 들어가면서 친해졌다. 예전에 현민이가 프로야구를 그만두고 대학로에서 뮤지컬을 할 때 응원도 가고 그랬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더불어 현재 친한 야구선수로는 유희관과 황재균을 꼽기도 했다. 이태성은 “유희관, 황재균과 만나면 야구 이야기는 안 한다. 되게 말도 재밌게 하는 친구들”이라며 “특히 유희관은 예능 쪽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며 웃었다.
힘들게 이어왔던 야구를 그만두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터. 그러나 배우는 야구보다 더욱 어려운 일이라고 곱씹었다.
그는 “배우가 더 힘든 것 같다. 운동이라는 게 단순하지만 야구가 단체 스포츠지 않느냐. 본인이 노력하면 되는 거다. 가장 단순한 스포츠가 헬스라고 생각한다. 운동을 하다가 상처받은 사람이 보통 빌더 시합에 나가기도 하는데 운동은 배신하지 않는다고들 하더라. 운동은 할수록 결과가 바로 나오기 때문”이라며 “연기는 하면 할수록 더 여렵고 풍부해지는게 아니라 경험이 쌓일수록 더 예민해지는 거 같다. 연기의 경우는 공든탑이 무너질 때가 많았다. 노력노 노력이지만 운도 따라줘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그런 부분은 야구와 연기가 다르면서도 비슷하게 닮아있는 부분이다”라고 말했다.
그간 다양한 작품 속에서 사랑받아왔던 이태성이지만 미니시리즈보다 주말드라마에서만 유독 자주 얼굴을 비췄다. 미니시리즈가 아닌 주말 드라마 등에서 얼굴을 보이는 게 아쉽지 않냐는 질문에 그는 “사실 미니시리즈와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의 차이를 잘 모르겠다. 장르의 급을 나누는 것이 웃기지 않느냐. 미니시리즈가 더 대단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기준 자체를 누가 만들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촬영 기법이나 그런 건 다르다. 하지만 연기에 대한 건 다르지 않다. 오히려 미니시리즈는 인물 탐구가 잘 안된다. 그리고 쪽대본이다. 미니시리즈는 연기에 깊이를 만드는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소신을 드러냈다.
이어 해보고 싶은 역할에 대해 “예전부터 영화 ‘해바라기’의 김래원 씨 역할이나 ‘사도’ 유아인 같은 연기를 해보고 싶었다. 개성이 강하고 내면이 깊이가 있는 캐릭터들을 연기하고 싶은 소망이 있다”고 밝혔다.
올해로 16년째 연기자로 살아오고 있는 이태성. 다양한 작품을 통해 보여준 그의 연기적인 깊이는 결국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만들어낸 소신의 결과다. 그럼에도 여전히 자신에게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이태성은 “한 50점 정도를 주고 싶다. 앞으로 30년은 더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이제 4분의 1정도 달려왔기 때문이다. 그건 어떤 기준의 점수가 아니라 짧으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동안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온 내 자신에게 주는 것이다. 연기가 아닌 다른 건 생각해본적이 없다. 앞으로도 연기만 계속 할 예정이다”라며 “사실 골프 프로테스트를 볼까 생각은 했었는데 취미에 목을 매지 말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늘 자기중심을 지켜가고 소신을 흔들리지 않게 묵묵히 연기자의 길을 걸어온 이태성은 앞으로도 쉬지 않고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그에게 황금빛 인생에 대해 물었다.
“황금빛이라고 하면 화려하고 물직적인 풍요나 좋은 모습만이 황금빛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이태성은 “가끔은 해질녘의 노을빛이 황금빛으로 보일 때도 있다. 인생에서 황금빛이 좋은 일만 있는 게 아니라 어두운 일들을 극복해 내야 하는 일들 모두 황금빛 인생이라고 생각한다. ‘황금빛 내 인생’의 서태수 아버지의 삶도 그랬을 거다. 그런 모든 것들이 황금빛 인생이 아닐까싶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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