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염순덕 상사의 생전 모습. [사진=SBS 홈페이지]
군과 경찰은 합동으로 수사에 나선다. 헌병 수사관들은 염씨가 뺑소니에 의해 사망했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경찰은 이견을 제시한다. 타살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수사 도중 인근 개천에서 혈흔이 선명한 대추나무 몽둥이가 발견된다. 현장에서도 2개의 담배꽁초가 발견된다. 담배꽁초에서는 염씨와 같은 부대에 소속된 홍모 준위와 이모 중사의 DNA가 검출된다.
사망한 염 상사와 회식을 함께했던 홍 준위와 이 중사는 곧바로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들은 알리바이를 내놓는다. 범행 시각에 가평 시내에 있었다는 것이다.
당시 작성된 경찰 진술조서에 따르면 홍 준위와 이 중사는 염 상사 등과의 술자리에서 먼저 나왔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다른 군인 마모 중사, 군납업자 이모씨 등과 함께 당구장에 들렀다가, 한 차례 더 술을 마신 뒤 다음날 오전 1시경 귀가했다고 말했다. 알리바이가 인정되면서 경찰은 사건을 내사종결한다.
16년이 지나고 염 상사 피살사건은 반전을 맞이한다. 이른바 '태완이법'으로 살인사건의 공소시효가 없어지면서, 경찰이 장기미제 사건을 다시 파헤치기 시작한 덕분이다.
경찰은 당구장 주인으로부터 기존의 알리바이와 달리 "당구를 치던 홍 준위와 이 중사가 비상계단을 통해 중간에 나갔다 들어왔다"는 증언을 확보한다. 마 중사 또한 같은 내용을 털어놓았다.
경찰의 재수사에 속도가 붙는다. 경찰은 "만취해 기억이 불분명하지만, 이 중사가 염 상사를 가격한 것 같다"는 홍 준위의 진술도 확보했다.
때마침 이 중사가 성매매 혐의로 기소되면서 경찰은 큰 기대를 갖는다. 형사처벌로 군복을 벗게 되면 일반인 신분이 되기 때문에 유력 용의자 이 중사의 신병을 확보하기가 수월해질 것으로 여겼기 때문이다.
수사망이 점점 좁혀지자 이 중사는 지난 2월 충북 청주시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평소 우울증을 앓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역한 홍 준위 등을 상대로 수사를 계속 이어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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