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성추문, 입 여는 여성들ㆍ입 닫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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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세미 기자
입력 2018-03-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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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2006년 트럼프와 성관계를 가졌다고 주장한 전 포르노 스타 스토미 대니얼스가 CBS 프로그램 '60분'에서 진행자 앤더슨 쿠퍼와 인터뷰하는 모습. [사진=AP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성추문 상대 여성들이 현지 언론에 본격적으로 출연하면서 과거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를 털어놓고 있다. 반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이례적으로 무대응으로 일관하며 성추문이 수그러들길 기다리는 모습이다.  

◆입 여는 여성들

'스토미 대니얼스'라는 예명으로 유명한 전직 포르노 배우 스테파니 클리포드(39)는 25일(현지시간) 방송된 CNBC방송의 ‘60분’에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 대해 입을 열었다.

클리포드는 ‘60분’ 진행자 앤더슨 쿠퍼와의 인터뷰에서 2006년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자였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방송 출연 약속을 받고 잠자리를 가졌다고 주장했다. 클리포드는 당시 20대였던 자신이 60대인 트럼프에게 "매력을 느끼지는 못했다"면서 단순히 비즈니스 관계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클리포드는 2011년이 되어 이 이야기를 1만5000달러(약 1600만원)를 받고 미국 잡지인 ‘터치’에 얘기하기로 했지만, 라스베이거스의 한 주차장에서 한 남자로부터 “트럼프를 건드리지 말고 그 이야기는 잊으라”는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2016년 대선을 앞두었을 때 1만3000달러를 받고 비밀유지 합의에 서명했다고 말했다. 클리포드는 이 비밀유지 합의는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서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효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다.

클리포드의 인터뷰는 25일 미국 3대 방송사 CBS 채널을 통해 미국 전역에 방송됐다. 미국 주요 매체들도 클리포드의 이야기를 실어날랐다. 닐슨이 집계한 이번 인터뷰 시청률은 16.3%에 달해 2008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첫 TV인터뷰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CNN은 "10년 만의 최고시청률"이라면서 "트럼프 대통령과 클리포드의 2006년 성관계 의혹이 미국 전역의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방송에 출연하며 트럼프 대통령과의 잠자리를 털어놓은 것은 클리포드만은 아니다. 지난 22일에는 전 플레이보이 모델 캐런 맥두걸이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2006년부터 10개월 간 트럼프 대통령과 꾸준히 만남을 가졌으며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멜라니아 여사를 향해서는 "미안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입 닫는 트럼프

백악관은 이 여성들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라지 샤 백악관 부대변인은 26일 정례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강하고 분명하고 일관되게 그러한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대니얼스가 인터뷰에서 하는 주장 중 어떤 것도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상을 가리지 않는 공개 면박과 비난으로 공격 본능을 과시하던 트럼프 대통령은 어쩐 일인지 성추문에 관해서는 입을 닫아 눈길을 끈다. 그는 26일 "가짜뉴스가 너무 많다. 이렇게 많거나 부정확한 적이 없었다"면서 에둘러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을 뿐 성추문을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다. 

다만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적인 자리에서 클리포드를 향해 "사기꾼"이라고 비난하고 최근의 성추문이 지지율에 피해를 줄지 묻고 다닌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 역시 클리포드의 CBS 인터뷰를 시청했으며, 백악관 직원에게 방송을 보았는지, 인터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본 것으로 전해졌다. 

WP는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이 이번 성추문에 대해서는 무척 엄격하고 자제하는 규범을 따르고 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여기에서는 이길 수 없으니 가만 있는 게 좋다"면서 무대응으로 일관하라는 조언을 했다고 전했다. 

오랫동안 맨해튼의 억만장자 플레이보이 이미지를 갖고 있던 트럼프 대통령 역시 성추문은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가라앉고, 자신의 충성 지지층이 이탈하는 피해도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CNN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는 잇따라 불거진 성추문에도 불구하고 42%로 오르면서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트럼프 부부 사이에 대한 피해까지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WP는 전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25일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백악관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측은 멜라니아 여사가 이미 예정되어 있던 '봄 휴가(spring break)'를 가지는 것이라며 불화설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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