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체제 어떻게 볼 것인가①] 장기집권의 길 개척한 시진핑…마오쩌둥식 ‘인민정치’ 답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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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이현 기자
입력 2018-03-28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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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4년 3중전회 이후 권력 지향 강화…정치환경 압도 정책 실시

  • 中 지식인 권력집중 우려에 인민중심 노선 강화…2020년 판가름 날 듯

지난 22일 성균관대 600주년기념관에서 열린 '시진핑 체제, 어떻게 볼 것 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곽예지 기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권력 강화 추세는 분명 제도적 권위를 높이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집단지도체제가 무너지고 1인체제가 강화되면서 중국의 정치는 예측 불허한 상황에 진입했다.”

양갑용 성균중국연구소 연구실장은 시 주석의 개인권력 강화로 제도적인 중국 정치가 사라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양 실장은 “시진핑의 강력한 권력 지향은 2014년 3중전회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났다”면서 “강력한 지도력 확립과 통치의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가능한 정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중앙영도소조의 재구조화, 경제부분의 거버넌스 개혁, 관료들의 반부패 드라이브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시 주석은 자신의 제도적 권위만으로는 과거 마오쩌둥(毛澤東)이나 덩샤오핑(鄧小平)이 가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면서 “이는 정치환경을 압도하기 위한 정책적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양 실장은 “지난해 19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에서 왕치산(王岐山)의 은퇴는 당내 관행으로 자리잡은 ‘7상8하(七上八下, 67세는 유임하고 68세는 은퇴한다)’의 제도 정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그는 제13기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를 통해 국가부주석으로 복귀했다”며 “왕 부주석의 복귀는 시 주석의 집권 연장 의도를 가늠하는 척도”라고 말했다.

비록 국가부주석이라는 형식적인 직책에다 공식 서열은 8위에 불과하지만 왕 부주석은 당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왕 부주석은 시 주석의 호위무사로서 경제, 외교 등 모든 영역에서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갈수록 힘을 잃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실장은 “시 주석은 자신의 시대는 기존과 달라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다른 시선으로 중국의 역사를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지난해 열린 제19차 당대회 전부터 제도 변화를 모색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6년 문예공작회담에서 시 주석은 처음으로 '혁명과 건설의 시기, 그리고 개혁의 시기'를 강조하며 제도의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을 쐈고, 곧이어 2017년 8월 성부급(省部級·장차관급) 간부 세미나에서 “우리 당은 혁명, 건설, 개혁의 과정에 있다”라고 표현했다. 자신의 사상을 전파하고 영향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사고를 요구하기 시작한 것이다.

양 실장은 “시 주석이 언급한 혁명, 건설, 개혁 3가지 시기는 30년 주기로 명확히 나눠졌으며, 특히 19차 당대회에서 강조한 2020~2050년까지 30년은 역사적 논리에 입각한 시간 설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시 주석은 개혁의 전반기 15년은 사회주의 현대화를 이루기 위한 시기로, 후반기 15년은 완성의 시기로 설정해 기존 역사적 궤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 실장은 역사적 시기를 돌파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차별화된 무기를 장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예컨대 혁명의 시기는 '마오쩌둥 사상'으로, 건설의 시기는 ‘덩샤오핑 개혁개방 이론’으로 극복했다. 앞으로 다가올 개혁의 시기에는 시 주석의 새로운 사상이 자리잡을 가능성이 크다.

양 실장은 “시 주석은 개혁의 시기로 향하는 지금, 강대국으로서 책임과 의무, 국제질서 준수 등 대외변수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같다”면서 “당내 합의를 이룰 수 있는 원로들이 없다는 점도 개인권력을 강화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시 주석은 마오쩌둥을 모델로 삼아 인민들과의 직접 관계설정을 통해 지식인들의 비판을 돌파하려고 하고 있다”면서 “과거 지식인들의 적극적인 지원과 논리 개발에 힘입어 추진 동력을 확보한 덩샤오핑과는 다른 점”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시 주석 개인에게 모든 권력이 집중되면서 중국 지식인들은 장기집권의 행보에 우려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 실장은 “시 주석은 이러한 지식인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인민중심의 군중노선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양 실장은 “지난 20일 양회(兩会·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폐막식 연설에서도 시 주석은 수 차례 ‘인민’을 강조하며 관료와 지식인을 포위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며 "마치 농촌에서 도시 포위전략을 구사했던 마오쩌둥의 전술을 떠오르게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인민의 지지는 시 주석의 강력한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부연했다.

양 실장은 “전문가들은 이번 개헌을 통해 시 주석의 장기집권 포석을 깔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지만 아직은 섣부른 판단”이라며 “시 주석의 장기집권 여부는 13·5규획(1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이 끝나는 2020년쯤 판가름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시대별 발전단계 [그래픽=김효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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