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젖줄'로 불리는 메콩강 유역은 동남아에서 영향력을 확대하는 중국과 일본이 공들이는 주요 지역이다. 중국과 일본은 서로 각기 다른 협력 메커니즘을 주도하며 메콩강 유역에서 경제·외교적 입지를 강화하고 있다.
메콩강은 중국 칭하이성에서 발원해 티베트, 윈난(雲南)을 거쳐 미얀마·라오스·태국·캄보디아·베트남을 흐르는 총 4880㎞의 대하천이다. 중국에서는 란창(瀾滄)강으로 부른다. 메콩강 전체 유역은 약 79만5000㎢로, 인구는 3억2600만명에 달하는 거대한 경제권이다. 지역 국내총생산(GDP)이 약 6000억 달러(약 643조원)로, 연평균 7% 이상씩 성장하고 있는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이다.
메콩강 경제권에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게 일본이다. 29일부터 31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는 제6차 메콩강유역 개발협의체(GMS) 정상회의가 대표적이다. '25년 협력을 통한 종합적이고 지속가능한 번영의 GMS 구축’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회의에서는 메콩강 주변국의 빈곤 완화와 경제 성장을 위한 인프라 개발 등 각종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베트남플러스 등 현지 언론이 최근 보도했다.
GMS는 일본이 주도하는 아시아개발은행(ADB)이 1992년부터 메콩강 유역 기초인프라·에너지·통신·관광·무역투자·인적자원·수자원 개발 등을 위해 추진한 협력사업이다. 메콩강 유역국인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 태국 등 동남아 5개국과 중국이 GMS 협력사업 참가국이다.
통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GMS를 통해 메콩강 유역에 투자된 액수는 210억 달러가 넘는다. 베트남에만 지난해 말까지 60억 달러 이상이 GMS 협력사업을 통해 투자됐다고 베트남통신(VNA)은 보도했다. 투자액의 약 90%가 교통운수 인프라 개발에 활용됐다.
ADB에 따르면 올해 GMS 정상회의에서는 2022년까지 5년간 GMS 협력사업의 투자규모를 660억 달러로 결정할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말 GMS 참여국 장관급 회의에서 합의한 실행안보다 20억 달러 늘어난 것이다.
알프레도 페르디구에로 ADB 담당이사는 VNA를 통해 "향후 ADB에서 약 70억 달러를 조달하고, 많은 기여를 할 수 있는 파트너들을 GMS 국가들과 함께 유치할 것"이라고 전했다.
반면 중국은 일본보다 한발 늦게 메콩강 유역 '공들이기'에 나섰지만 그 기세는 거침이 없다.
사실 메콩강 상류에 있는 중국은 수자원 개발을 둘러싸고 다른 국가들과 갈등을 빚어왔다. 중국이 상류에 댐을 건설하면서 하류의 동남아 국가들이 가뭄과 홍수는 물론, 생태자원 파괴 등의 문제에 직면했기 때문.
이에 중국은 메콩강 유역 국가와 협력 강화를 위해 2015년 '란창강-메콩강' 협력 메커니즘(LMC)을 출범시켰다. LMC 참여국도 GMS 참여국과 같지만 중국 주도로 이뤄진다는 게 다른 점이다.
LMC는 2016년 3월 중국 하이난성 싼야에서 1차 정상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중국은 메콩강 지역 개발을 위한 100억 위안(약 1조7000억원) 특혜차관과 100억 달러 신용대출 제공, 메콩강협력기금 개설 등을 약속했다.
2년 후인 올 1월 캄보디아 수도 프놈펜에서는 '지속가능한 개발과 평화를 위한 우리의 강'을 주제로 LMC 2차 정상회의가 열렸다. 회의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비롯해 통룬 시술릿 라오스 총리,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 응우옌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민트 스웨 미얀마 부통령 등 동남아 국가의 정상급 지도자들이 모두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메콩강 개발을 중심으로 한 5개년 행동 계획이 채택됐으며, 중국은 LMC 참여국과의 협력 사업에 양허성 차관 50억 달러 등 '통큰' 자금 지원을 약속했다.
메콩강 유역 국가와의 협력 강화는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육해상 실크로드) 전략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동남아 지역내 영향력을 확대하는데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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