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설계사 조직 혁신 번번이 실패 '쉽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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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동 기자
입력 2018-03-27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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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로운 시스템 도입하면 설계사 이탈 반복

신한생명이 최근 설계사 조직 운영‧체계에 대한 혁신을 시도했지만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갔다. 과거 전속 설계사 조직의 전면적인 시스템 재검토에 나섰던 ING생명과 메리츠화재처럼 큰 소득 없이 기존 시스템으로 회귀한 것이다.

보험업계에서는 간단히 회사를 옮길 수 있는 설계사 조직의 특성 탓에 특정 보험사가 신규 시스템을 도입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새로운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한 설계사들이 대거 이탈하는 경우가 많아 혁신 동력이 약해진다는 설명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생명은 지난해 7월 시작한 '무(無)팀제' 영업 조직 육성을 최근 사실상 포기했다. 무팀제 영업 조직은 하위 설계사의 수수료 15% 가량을 받던 영업팀장(SM) 직급을 없애 설계사 수익을 더욱 늘리는 것이 골자다. 동시에 팀장에게 지급되는 수수료 일부를 줄여 보험사의 사업비를 절감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있었다.

그러나 신한생명은 시작한지 1년도 안 돼 새로운 시스템을 사실상 접었다. 설계사 조직이 더 이상 확대되지 않고, 영업 실적도 저조하다는 판단에서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한생명처럼 전속 설계사 운영‧체계 혁신을 시도하는 보험사가 늘어나고 있다. 비대면 채널(텔레마케팅‧온라인 등)이 주목을 받으면서 전통적인 설계사 채널의 중요성·효율성이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그러나 보험사의 혁신 시도는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ING생명은 지난 2014년 전속 설계사 대상 장기 시책을 실시하면서 보험산업 부조리 해소를 꿈꿨다. 당시 ING생명은 장기성과를 기반으로 설계사 수당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의 3년 이상 장기 시책을 실시했다.

대부분 보험사들이 단기성과 기준으로 바로바로 설계사 수당을 주는 탓에 발생하는 불완전판매나 철새 설계사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성공한다면 국내 보험산업의 부조리를 상당 부문 혁신할 수 있을 것이라는 평가까지 나왔다.

그러나 결과는 좋지 못했다. ING생명에 소속된 우수설계사들이 반발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실제 현업 설계사들은 당장 받아야할 수당을 한참 뒤에야 준다는 점에 주목했고, 이에 우수 설계사들이 대거 다른 보험사나 GA로 이동했다. ING생명은 해당 시책이 마무리된 후 유사한 내용의 시책을 더 이상 시행하지 않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ING생명 등 몇몇 보험사들이 설계사 조직의 혁신을 위해 수수료 체계를 대폭 변경하는 일이 있지만 성공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며 "새로운 수수료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설계사들이 이탈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신한생명이나 ING생명과는 문제의 결이 다르나 2015년 메리츠화재도 설계사 수수료 개편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으나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메리츠화재는 전속 설계사 수당을 GA 소속 설계사만큼 올려주겠다면서 '설계사 기 살리기'에 나섰다. 그러나 GA 채널이 거세게 반발한 끝에 GA 소속 설계사 수당만 더 높이는 결과를 낳았다.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도 "GA 등 설계사를 구하는 곳이 너무 많아져서 보험사는 오히려 전속 설계사가 이탈하지 않도록 이익을 줘야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환경 속에서 시스템 개혁 시도는 통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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