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언론들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는 사실을 실시간 보도하면서 북한의 외교정책 변화를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미·일 정상회담을 통해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본 패싱'이 현실화됐다는 우려는 해소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8일 보도를 통해 "최근 중국을 방문한 북한 최고위급 인사는 김 위원장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며 "김 위원장이 외유에 나선 것은 북한의 최고 지도자에 오른 이후 처음"이라고 밝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번 김 위원장의 방중에 부인인 리설주가 동행해 본격적인 동반 외교 행보를 보였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은 "역대 북한 최고위급 관료가 중국을 방문할 때는 통상 항공기를 이용해왔지만 김 위원장은 '특별열차 1호'라는 열차를 이용했다"며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11년 방중 당시에 이용한 이용한 열차와 비슷해, 할아버지와 아버지 등 선대에 이은 리더십을 우회적으로 보여줬다"고 전했다.
지지통신은 "김 위원장이 북·중 정상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대한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다"며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에 앞서 관계 개선에 대한 의욕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교도통신은 "김 위원장이 시 주석의 지원을 받아 미국과 협상하기를 원하는 것 같다"며 "중국 입장에서도 향후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 변화에 앞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북한을 대화 창구로 불러온 것은 북한에 대한 압박을 높여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해야 한다고 국제사회에 촉구했던 일본의 노력이 빛을 발한 것"이라며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한 폐기와 관련한 구체적 행동을 하기까지 국제사회가 더욱 단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방중에 대해 '일본 역할론'의 효과를 강조하고 있지만 '재팬 패싱'에 대한 우려는 해소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NHK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김 위원장이 남북·북미 정상회담 전에 북·중 정상회담을 진행한 데 대해 중대한 관심을 갖고 관련 정보를 수집·분석하고 있다"며 "중국 측으로부터 설명을 제대로 듣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북·중 정상회담에 대한 정보를 미리 수집하지 못했다는 점을 시인한 것이다. 앞서 미국이 중국 측으로부터 김 위원장의 방중을 사전 통보 받은 것과 다른 모습이다.
한편 아베 총리는 오는 4월 17~19일 미국을 방문해 18일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열겠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이는 4월과 5월 각각 예정된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에 앞서 외교적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복안으로 풀이된다. 다만 일본의 요구를 미국 측이 얼마나 수용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외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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