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잊은 그대에게④ 꽃 피고 꽃 질 때 누구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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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국 T&P 대표
입력 2018-03-28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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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피는데 함께 볼 수 없고
꽃은 지는데 함께 울 수 없고
그리운 그쪽에 묻고 싶은 건
꽃 피고 꽃 질 때 어떤지요

풀 뜯어 묶어보네요
나중에 그대 드리려
봄 슬픔 막 잘라냈는데
봄 새가 다시 슬피 우네요

바람 맞는 꽃 날마다 늙는데
다시 만날 날은 자꾸 멀어져
사람은 묶지 못하고
공연히 풀만 묶네요

꽃 활짝 핀 가지가 어찌 견디리
이쪽저쪽 그리움만 하늘거려
아침에 거울 보니 눈물 줄기
봄바람님은 아는지 모르는지
 

[2018년 3월 서울, 활짝 핀 홍매.]



花開不同賞 花落不同悲 화개부동상 화락부동비
欲問相思處 花開花落時 욕문상사처 화개화락시
攬草結同心 將以遺知音 남초결동심 장이유지음
春愁正斷絶 春鳥復哀吟 춘수정단절 춘조부애음
風花日將老 佳期猶渺渺 풍화일장로 가기유묘묘
不結同心人 空結同心草 불결동심인 공결동심초
那堪花滿枝 飜作兩相思 나감화만지 번작양상사
玉筋垂朝鏡 春風知不知 옥근수조경 춘풍지불지

                    당나라 설도의 '봄 그리움(春望詞)'



이 시는 마음이 움직이며 엮어낸 노래입니다. 각개의 연이 서로 상관 관계를 지니며 엮이기도 하지만, 그건 필연의 고리가 아니라 마음의 매듭이 서로 묶인 것 같은 엮임이 아닐까 싶네요.



봄 근처엔 설도의 저 낭창낭창한 구애송이 떠오르고 반복해서 읊조리면 저절로 한 연애 질끈 동여맬 것 같은 기분이 됩니다. 이 최면 가득한 수작 걸기를 만나지 못하고 지나가는 봄은 얼마나 수척한지요.



그리운 그쪽에게 묻노니, 꽃 피고 꽃 질 때 말이에요. 이 애교가 꽃송이가 바람에 하늘거리는 듯 예뻐서, 나서서 뭐라고 대답이라도 해줘야할 듯한 물음입니다. 꽃 필 때도 그대가 필요하고 꽃 질 때도 그대가 필요하니, 사실은 통째로 봄날에 그대가 필요한 거라는 걸 말해 뭣하겠어요. 내가 이런데 그쪽은 어떤지 궁금하다는 거죠.



당신과 묶이고 싶은 마음 뿐인지라 풀이나 열심히 엮고 있는데, 그쪽이 그리워 돋운 마음이 이미 만개해 바람만 불어도 조마조마 하답니다. 이 마음이 져버릴까 걱정이고, 저 바람만 줄창 불어댈까 걱정이고, 이렇게 좋은 시절 다 보낼 동안에도 아무런 기별이 없을까 걱정입니다. 날리는 꽃잎이 저마다 수심이 되는 날들, 아침에 거울을 바라보면 두 줄기 눈물자국만 가득하답니다. 꽃잎 떨구는 저 바람 말고, 내 마음 하늘거리게 하는 먼 바람님은 올 생각을 잊었나요.



연애 콘텐츠가 육체에서 시작해 육체로 끝나는 시대는 얼마나 빈곤한가요. 마치 수많은 꽃잎을 떼내고 암술 수술만 돋운 꽃과도 같이 험상궂고 졸렬하지 않은가요.



연애가 시작되기 전, 영혼의 온갖 부위가 오직 하나의 방향으로 향하는 저 간절한 집중. 그 시간이 생략된 사랑은 토르소만 남은 사람과 무엇이 다르리. 그리운 그쪽에게 묻노니, 저 지는 꽃잎들에게 미안하지 않은지요. 공간이 말리고 시간이 방해하고 세상이 막아서는 가운데 미친 듯 심장의 펌프를 키워 한 사람에 대한 뜻을 키우고 돋우는, 사랑의 결초(結草)도 없는 봄날이라면, 그리운 그쪽에게 묻노니, 지면서 환장하는 저 낙화들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지요.

                                           이상국 아주 T&P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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