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금융감독원장으로 김기식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내정됐다. 지난 2014년 국정감사에서 당시 최종구 수석부원장의 옷을 벗게 만든 인물이다. 어제의 적이 오늘의 카운터파트너가 됐다. 앞으로 금감원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관심가는 대목이다.
금융위원회는 30일 최근 사임한 최흥식 금융감독원장 후임으로 김 전 의원을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보도자료에서 “김 내정자는 제19대 국회에서는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금융 정책ㆍ제도ㆍ감독 등에 대한 높은 전문성을 보유했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장은 금융위원장이 제청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는 보직이다. 김기식 전 의원을 제청한 인물이 최종구 위원장이다.
하지만 최종구 위원장과 김기식 내정자는 ‘KB금융 사태’때 정면으로 부딪힌 악연이 있다. KB금융 사태는 주전산기 교체를 두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행장 간 벌어진 권력싸움을 말한다. 당시 이들은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기 위해 이사회 안건 왜곡과 허위 보고 등의 내부통제 문제를 야기했고, 금감원은 임 회장과 이 행장에게 ‘중징계’ 방침을 통보했다.
하지만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주도한 제재심의위원회는 징계 수위를 돌연 경징계로 낮춘다. 당시 김기식 의원은 2014년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임영록 회장과의 친분 때문에 징계 결정을 뒤엎었다”, “위증죄로 고발하겠다”며 강하게 질타한 바 있다. 논란이 확대되자 결국 최수현 금감원장과 최종구 수석부원장이 동반 사퇴하는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게 된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는 금감원의 향후 행보를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각에서는 금융위가 다소 껄끄러운 입장이 됐다는 말이 나온다. 금감원이 금융위의 통제 아래에 있지만 김기식 내정자가 최종구 위원장보다 청와대쪽과 더 밀접한데다 때문이다. 역대 금감원장 중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장관급’인 금융위원장보다 ‘차관급 대우’를 받는 금융감독원장에 힘이 쏠릴 수 있단 얘기다.
한 관계자는 “서로 입장차가 확연히 다른 자리에 앉아 있는 만큼 둘 사이에 미묘한 기류는 흐룰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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