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근 없이 여기까지 온 것만 해도….”
김승기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의 목소리에는 선수들에 대한 대견스러운 마음과 짙은 아쉬움이 동시에 묻어났다. 팀의 기둥인 오세근의 부상 공백에 대한 답답한 심정이다.
오세근은 울산 모비스와 6강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부상을 당했다. 발목을 심하게 다쳤다. 전치 2주 진단을 받았다. 인삼공사는 오세근 없이 모비스를 꺾고 4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지만, 첩첩산중. 4강 플레이오프 상대는 정규리그 1위 원주 DB였다.
DB에는 에이스 디온테 버튼 뿐 아니라 로드 벤슨과 김주성, 윤호영 등 빅맨이 골밑을 버티는 ‘동부산성’이었다. 인상공사가 데이비드 사이먼 한 명으로 상대하기 버거웠다. 김 감독이 한숨을 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 감독은 3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17-2018 프로농구 4강 플레이오프 DB와 2차전을 앞두고 오세근의 공백에 대한 아쉬움을 거듭 토로했다.
김 감독은 “모비스와 경기를 할 때 오세근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다”며 “‘아, 뭐가 왔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이번 플레이오프에도 ‘뭔가 되겠구나’라는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때 오세근이 부상을 당했다. 김 감독은 “그런데 발목을 다쳤다”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김 감독은 “사이먼과 오세근은 플레이오프가 되면 눈빛부터 달라지는 선수들”이라고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인삼공사는 오세근의 공백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이먼은 벤슨을 상대로 힘겨워했다. 1쿼터에 2파울을 범했다. 사이먼의 수비는 소극적으로 위축됐다. 벤슨이 골밑을 장악했다. 버튼의 득점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DB의 외곽포도 터졌다. 인삼공사는 3쿼터 실책을 남발했다.
인삼공사는 전반을 37-48로 뒤진 채 마쳤고, 3쿼터 한때 18점 이상 점수 차가 벌어지는 등 55-70으로 밀리려 무너졌다. 인삼공사는 결국 2차전도 DB에 73-94로 완패했다. 4강 플레이오프 2연패다. 프로농구 역대 4강 플레이오프에서 1, 2차전을 모두 패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경우는 21회 중 단 한 번도 없다. 인삼공사는 ‘0%의 기적’에 도전해야 하는 벼랑 끝에 몰렸다.
김 감독은 이날 “오세근은 4강 플레이오프에 나설 수 없다. 챔피언결정전에 올라가면 조기투입을 할 수도 있다. 그땐 오세근이 ‘뛰겠습니다’라고 할 수도 있다”며 한 가닥 희망을 품었다. 2차전에 드러난 오세근 공백의 전력 차는 김 감독이 “오세근, 오세근!”이라고 외치며 머리를 쥐어짤 수밖에 없는 경기였다.
벼랑 끝에 몰린 인삼공사는 4월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DB와 3차전을 치른다. 무조건 이겨야 4차전에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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