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물공사 통폐합…자원안보 이상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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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승길 기자
입력 2018-04-0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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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물공사·광해공단 합쳐 '한국광업공단' 설립

  • 광물공사 해외자산 전부 매각…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 폐지

  • "정부의 민간 지원 방안은 한계…글로벌 자원경쟁 뒤처질 수 있어"

[사진 = 아주경제DB]


무리한 해외자원개발 사업으로 파산 지경에 이른 한국광물자원공사가 결국 통폐합된다. 정부는 해외자원개발 부실로 존속이 어렵다고 판단한 광물자원공사를 한국광해관리공단과 통합, 한국광업공단(가칭)을 설립하기로 했다.

특히 통합기관 설립 후, 광물공사의 해외자산은 전부 매각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도 폐지된다.  

그러나 전형적인 자원 의존국인 우리나라의 경우 해외광물자원 개발과 수급을 주도해 온 광물공사 폐지로, '자원 안보'에 구멍이 뚫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달 30일 서울지방조달청에서 '제6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를 열고, 산업통상자원부가 제출한 '광물공사 기능조정 세부방안'을 확정했다.

세부 방안은 지난해 11월 출범한 산업부 '해외자원개발혁신 태스크포스(TF)'의 권고안을 토대로 정책자문단 회의, 토론회 등을 거쳐 마련했다.

세부방안에 따르면 산업부는 이달 중 통합기관 설립추진단을 구성하고 연내 관련법개정을 통해 광물공사를 폐지한다. 또 자산·부채·잔존기능은 광해공단으로 이관, 통합기관인 한국광업공단을 신설한다.

양 기관의 모든 자산과 부채, 인력은 신설 통합기관으로 이관하되, 해외자산·부채는 별도계정에서 관리할 계획이다.

광물공사 통폐합 후, 해외자원개발 관련 자산은 원칙적으로 전부 매각하기로 했다. 중요한 자산의 경우 국내 기업에 매각하는 것을 우선 고려하기로 했다. 다만 자산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매각시한은 정하지 않았다.

국내 금속광물 수급 안정성 측면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자산은 국내 기업 매각을 우선 고려한다.

통합기관은 양 기관의 고용 승계를 원칙으로 하지만, 해외자원개발 관련 인력에 대해서는 구조조정을 추진한다.

인력 조정방안으로 △통합기관 설립 후 신규채용 중단과 명예퇴직 실시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조직 확대를 통한 기존 인력 전환 △고용 승계를 조건으로 한 해외자산 매각 등이 거론된다.

광물공사의 해외자원본부는 해외사업합리화본부로 개편, 해외자산의 유지관리업무를 한시적으로 수행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자산관리와 매각의 전문성·책임성·독립성 확보를 위한 심의·의결기구로 해외자산관리위원회를 설치하고, 매각업무는 자산관리공사가 대행한다.

통합기관의 경우, 기존 광물공사의 해외자원개발 직접투자 기능은 폐지한다. 해외자원개발 민간지원 기능만 유지하기로 했다.

[지난 달 30일 오전 서울 강남 서울지방조달청앞에서 이권기 광해관리공단 노동조합 부위원장, 신광수 비상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등 조합원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광해관리공단 광물공사 통폐합 반대집회를 열었다.]


통합기관의 법률상 사업범위는 기존 해외 광물자원 탐사개발에서 보유 중인 해외자산의 유지관리 및 처분으로 변경한다. 

다만 △광물공사의 전문인력 △노하우를 활용한 해외자원 탐사지원 △기술컨설팅 △유망사업 발굴 △정보제공 등 민간지원 서비스는 강화한다.

정부는 민간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방안을 담은 해외자원개발 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할 계획이다.

또 조달청과 광물공사로 분산된 금속광물 비축기능 조정방안은 조속히 마련할 예정이다.

광물공사는 국가 비상시 방출할 금속 10종을, 조달청은 물가안정을 위한 금속 14종을 각각 비축하고 있다. 

국내 금속자원 수급 안정과 4차 산업혁명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국가적으로 일원화된 비축계획을 수립하는 게 목표다.

정부는 통폐합을 위한 '광업공단법(가칭)' 등 3개 법안을 다음 달 발의할 계획이다.

그러나 광물공사는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무리한 자원개발로 인한 부실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광물자원 확보 관련 대안을 제시하라고 반발하고 있다.

광물공사 노동조합은 성명을 통해 "대안 없는 해외자원개발 기능 전면 폐지 논의를 중단하고 날로 중요성이 높아지는 광물자원 확보에 공기업의 지속적 역할을 강화하라"고 주장했다.

이번 공운위의 결정이 사실상 정부가 해외 자원개발에서 손을 떼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져, 향후 국가의 '자원안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자원개발 업계 관계자는 "리스크가 큰 자원개발에 민간이 뛰어들기는 쉽지 않다. 특히 대기업도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해외 자원개발에 나서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울 것"이라며 "자원개발은 사업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정부가 지원해도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가 주도해 자원 개발에 나서지 않는다면 점점 중요해지는 글로벌 자원경쟁에서 우리나라가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우리나라는 광물자원의 90% 이상을 해외에 의존하는 전형적인 자원의존국이다.

이에 광물자원 수급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반도체 등 고부가가치 첨단제품 생산 비중이 높아지면서 필수 광물자원으로 리튬, 코발트, 망간 등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수요 또한 높아지면서 희류금속 국제 현물가격도 치솟는 상황이다.

해외자원개발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고, 투자 회수 기간도 길다. 눈에 보이지 않는 땅 밑 자원을 확인하고 개발하는 과정에는 많은 자금·기술·시간이 필요하다.

중국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자원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광물자원 최대 수요국인 중국은 정부정책과 자금력을 바탕으로, 해외자원개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아프리카 기니에 200억 달러 규모의 차관을 제공한 대가로, 알루미늄 원료인 보크사이트 광산 개발권을 취득했다.

일본 역시 자원개발 전문기업과 해외 자원개발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2014년 917억엔에서 924억엔(2015년) 1016억엔(2016년), 지난해에는 1148억엔 등으로 매년 자원개발 예산을 늘리는 추세다.

우리나라의 경우 자원 개발에 대한 기술·경험·인력 등 인프라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그나마 이를 주도했던 광물공사가 통폐합되고, 해외자원개발 직접 투자가 폐지돼 치열한 자원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

학계 관계자는 "광물공사의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은 긍정적이나, 해외 자원 개발은 단순히 부실관리 차원을 넘어 국가 '자원안보'의 관점에서 봐야 한다"며 "이번 기능조정 세부방안으로 치열한 글로벌 자원경쟁에서 뒤처지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자원 수급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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