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구(63)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자문위원장이 문재인 정권의 각종 개혁과제를 풀어나가는 데 앞장서면서 주목받고 있다.
성공회대 사회과학부 교수로 문재인 대통령을 대선후보 시절부터 옆에서 도왔던 정 위원장은 국정원개혁위원장과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장을 역임하며 국정원 개혁안과 개헌안 마련이라는 현 정권의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앞장서 풀어나갔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문재인 정권의 해결사’라는 말도 나온다.
정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 잇따라 중책을 맡았다. 지난해 5월 문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국정기획자문위원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장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에 연이어 위촉됐다. 특히 최근엔 대통령 직속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위원장을 맡아 ‘문재인표 개헌안’의 밑그림을 그렸다.
정 위원장은 2012년 문재인 대통령이 첫 대선에 도전할 때부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당시에는 문재인 후보를 돕는 여러 교수 중 한 명이었다. 하지만 정 위원장은 대선 패배 이후 문 후보의 대선 재수(再修)를 옆에서 지원하는 교수 그룹을 이끌면서 문 대통령이 가장 의지하는 사람으로 발돋움한다.
5년여에 걸쳐 문 후보 곁에서 ‘가정교사’ 역할을 하며 여러 분야의 전문가와 교수들을 조직화하는 데 힘을 썼다. 박근혜 정부 당시, 정 위원장은 조대엽 전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등과 함께 ‘심천회’의 주축으로 활동하며 문 후보의 ‘정책 브레인’으로 계속 주목받아왔다. 정 위원장은 2003년 노무현 정부 출범 당시에도 대통령직 정무분과 인수위원으로 활동했다. 이어서 2003년에는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전문위원을 지냈다. 2008년에는 통합민주당 공천심사위원을 역임했고, 2013년에도 민주통합당 정치혁신위원장으로 일했다. 노무현 정부 이후 현 여권 정치개혁의 중심에 늘 자리하고 있었던 것.
정 위원장에 대해선 ‘온건한 진보’라는 평가가 많았다. 더불어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정 위원장과 알고 지내는데 정치개혁을 주장하면서도 현실적인 방안에 힘을 실어왔기 때문에 우리 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크지 않았다”며 “급격하고 파격적인 개혁을 주장하는 학자였다면 이해관계가 복잡한 민주당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정 위원장을 찾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 위원장 임명 관련 브리핑에서 “사회현실에 대한 통찰력, 주요 정책지식, 현장경험까지 보유한 정책 전문가”라며 “균형감각, 소통능력으로 국정과제 이행 지원과 중장기 발전전략 수립을 이끌 적임자”라고 했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보수 진영에서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라는 프레임으로 비판을 지속적으로 해왔는데 정 위원장은 그런 측면에서 가장 자유로울 수 있는 정책 전문가”라며 “자신의 신념 자체도 급진적이지 않지만 그것을 국민들 앞에 풀어나가는 자세가 일단 신중하기 때문에 어떤 역할을 맡겨도 다른 인사들에 비해 정치적 부담이 덜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노무현 정부 시절 알게 된 정 위원장의 이런 성품을 눈여겨본 것으로 알려졌다. 정 위원장이 현 정부 들어서 맡은 각종 직책도 문 대통령이 사실상 직접 지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정 위원장에 대해 ‘말이 앞서는 사람이 아니다’란 판단으로 호감을 갖게 된 것 같다”며 “문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여러 정치적, 정책적 사안에 대해 어떤 판단을 내리든 발언에 있어서는 신중하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과 정 위원장은 정치적 소신도 비슷한 점이 많았다. 정 위원장은 일찌감치 4년 중임 대통령제 개헌을 주장해왔다. ‘풀뿌리민주주의’를 늘 강조하면서 대의제민주주의에 직접민주주의를 좀 더 적극적으로 접목해야 한다고도 해왔다. 정 위원장이 민주당을 향해 강조했던 일자리, 주거, 교육을 통한 정치개혁도 큰 틀에서 보면 현재 문재인 정부를 통해 실천되고 있는 내용들이다.
여권 내부에선 정 위원장의 성실성도 오랫동안 회자돼왔다. 한 민주당 중진의원은 “2013년 우리 당이 대선 패배로 충격에 빠졌을 때도 정 위원장은 당내에서 별 관심을 받지 못하던 정치혁신위원회를 이끌면서 밤을 새다시피 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며 “그 내용들이 당시에는 거의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되는 정책의 근간이 되고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의원은 “정 위원장은 오랜 세월 민주당과 함께 일을 해왔지만 자리 욕심을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며 “사실 이번 정부에서도 정 위원장은 정치적, 정책적으로는 중요하지만 한시적인 일종의 ‘태스크포스’를 이끌고 있는 셈 아니냐”고 말했다.
한편 정해구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은대통령 개헌안을 마련한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정해구(62) 위원장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정치학자다. 1988년 진보적 학술단체인 '한국정치연구회'의 창립 멤버로 활동했으며, 2000~2002년 학술단체협의회 운영위원장, 2002~2004년 한국정치연구회 회장을 맡는 등 그동안 한국 정치개혁에 천착해 왔다.
정 위원장은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무분과 정치개혁실 연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시스템개혁분과 정치행정위원으로도 활동했다.
보수정권이 들어선 이후로는 한국 정치가 보통사람의 일상적인 삶에 바탕을 둔 생활정치가 돼야 한다고 주장하며 2009년 생활정치연구소를 개소, 일상생활에서부터의 정치개혁 운동에 나섰다.
2012년 대선 때는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 캠프에 합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소속 '새로운정치위원회' 간사를 맡아 당시 민주당의 정치 분야 공약을 마련하는 데 힘을 보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지난해 6월 국가정보원 개혁발전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된 데 이어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충남 서천 출신으로 명지고와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고려대에서 정치외교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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