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학원버스 기사 폐렴 발병은 업무상 재해"

"매연에 장기간 노출, 폐렴과 인과관계 인정"

법원이 학원 셔틀버스를 운행하던 기사가 폐렴에 걸렸다면 업무상 재해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박모(80)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요양 불승인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박씨는 2015년 7월부터 학원 셔틀버스를 운행하며 평일에 6시간 이상, 토요일에는 8시간씩 주 6일 근무를 했다. 근무 중 휴식을 위한 시간이나 장소를 제공받지는 못했다.

박씨는 2016년 5월 거주지 계단에서 쓰려져 병원에 옮겨졌다. 그는 폐렴과 급성호흡부전, 고혈압 진단을 받고 근로복지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으나, 공단 측은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고 발병과 업무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박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 판사는 "업무 특성상 박씨는 자동차 매연 등의 외부 환경에 장기간 노출됐다. 또 셔틀버스라는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수강생을 접촉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박씨가 셔틀버스를 운행하면서 폐렴의 원인균에 노출됐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폐렴, 급성호흡부전의 발생과 박씨의 업무 사이에 상당한 인과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근로기준법상 박씨를 근로자로 볼 수 없다는 공단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박씨가 학원이 지정한 운전기사 대표 A씨의 지휘와 감독을 받았고, 매월 일정한 금액을 받는 사정 등을 고려할 때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씨가 요양급여를 신청한 고혈압에 대해서는 "쓰러질 당시 박씨가 만 78세의 고령이었다는 사정과 제출된 증거만으로는 고혈압과 업무 사이의 인과관계를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진=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