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발대학교 앞 서점에 못 먹어서 마른 황색 강아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주인이 없는 유기견이었죠.
그런데 지난 3월 16일 신기한 일이 생겼습니다. 유기견이 자연스럽게 서점으로 들어옵니다. 서점 안 사람들은 별 신경을 안 쓰죠.
두리번거리는 것도 잠시 마음에 든 책을 발견한 걸까요? 입으로 물어 서점을 나섭니다.
'완벽 범죄'
유기견을 책을 물고 서점을 나설 때까지 발견한 사람은 없었습니다.
미궁 속으로 빠질뻔한 사건은 한 시민이 길거리를 걷다가 떨어진 책을 발견해 서점으로 책을 가져다준 것으로 실마리가 잡혔습니다.
책이 사라진 것을 알고 당황한 직원은 CCTV를 돌려봤습니다. 영상 속에는 책을 훔쳐간 절도견이자 유기견의 행적이 고스란히 남아있었습니다.
서점 앞에서 생활하던 유기견이었죠.
유기견이 훔쳐간 책은 '버림받은 나날들(Days of Abandonment)'이라는 제목의 이탈리아 소설이었습니다. 동창에 빠진 남편이 집을 나가 두 아이를 데리고 혼자 살게 된 30대 후반 여인의 이야기 였죠.
딱한 자신의 처지를 안 걸까요?
버려진 개가 버려진 나날들이란 책을 물고 간 상황이 우연이라고 하기에는 책 제목이 유기견의 딱한 처지를 잘 말해줍니다.
이 사건이 인터넷에 알려지자 유기견은 인터넷 스타가 됐습니다. 개가 물어서 이빨 자국을 선명하게 낸 책은 기념품으로 서점에 진열하기로 했습니다.
유기견에게도 큰 변화가 생겼습니다. 동물병원에서 진찰과 예방접종을 받고 목욕을하고 위탁가정에서 살게 됐습니다. 입양하겠다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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