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이익이 확보되지 않는 모델은 기획하지도, 개발하지도 않는다.”
LG전자 스마트폰 생산의 핵심기지인 경기 평택의 ‘LG디지털파크’. 화장실 곳곳에는 이같은 문구가 붙어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말 LG전자 MC(스마트폰 부문)사업본부장에 오른 황정환 부사장의 새해 인사말이기도 하다. 비전이나 격언 등을 걸어두고 직원들이 휴식시간에 분위기를 환기할 수 있도록 하는 일반적인 회사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와 함께 적혀 있는 다른 문구들도 '위기의식'을 강조하기는 마찬가지다. △제품 및 판매와 관련된 모든 의사결정은 한계이익이 아닌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한다 △목표 수익은 최악의 재료비와 판가 기준으로 설정해 관리하고 약속한 목표는 반드시 관리한다 등이다.
이를 반영하듯, LG전자는 올해 1분기 신제품을 내놓는 대신 지난해 하반기 전략 스마트폰인 ‘V30’의 업그레이드 버전(V30S)을 출시했다. 개발 비용을 낮추고 판매 부진에 따른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다.
이 덕분인지 일단 올해 LG전자 스마트폰 부문에 대한 시장의 전망은 그리 나쁘지 않다. LG전자 MC사업본부의 적자폭이 지난해 7000억원대에서 올해 4000억원대로 상당폭 줄어들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그렇다고 이같은 실적 전망이 LG전자 MC사업본부의 성공으로 읽히지는 않는다. 매출도 크게 감소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사업 규모가 축소되다 보니 그만큼 비용이 준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LG전자 MC사업본부가 지나치게 ‘위축’된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LG전자는 ‘안정 추구’라고 반박한다. 실제 LG전자는 지난해 상반기 출시했던 프리미엄 스마트폰 'G6'부터 ‘혁신’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고 부품의 모듈화와 조직의 효율화 등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공식적인 회사 입장과는 달리, LG전자 일부 직원들 사이에선 다른 견해도 나온다. “내부적인 압박이 심하지만 실적은 나오지 않다 보니 다른 부서로 이동하거나 이직도 많다”,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지만 윗선에서 지엽적인 부분만 강조하다 보니 배가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겠다” 등의 푸념이다. 영업적자를 줄이기 위해 LG전자가 비용절감이라는 너무 단순하고 빠른 길을 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속담이 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 삼성전자와 애플 등 쟁쟁한 경쟁사들이 버티고 있는 스마트폰시장에서 LG전자가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적자를 보더라도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시장에 접근해야 LG전자가 ‘스마트폰 명가’로 다시 거듭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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