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과 위성호 신한은행장이 호흡을 맞춘 지 1년이 지났다. 조 회장은 작년 3월 23일, 위 행장은 같은달 31일 취임했다.
시장에서는 두 사람의 성과에 대해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에서 내실을 튼튼히 다졌지만 취임사에서 밝힌 초격차 리딩뱅크(그룹) 입지는 굳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금융지주는 지난해 전년대비 5.2% 성장한 2조948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KB금융은 3조3119억원을 보여 10년 만에 왕좌를 빼앗겼다.
위성호 행장도 자존심을 구겼다. 신한은행은 KB국민은행은 물론 KEB하나은행에도 당기순이익 면에서 뒤지며 3위로 밀렸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조7112억원의 순익을 기록, 전년 대비 11.8% 감소했다. 반면 국민은행은 125% 늘어난 2조1747억원의 순익으로 1위 자리에 올랐고, 하나은행도 2조1122억원으로 50% 이상 증가했다. 신한은행이 연간 당기순익 기준으로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금융권이 회계기준을 IFRS로 통일한 2011년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조용병 회장과 위성호 행장의 협업이 잘되고 있다는 평가다. 취임 초만 하더라도 제대로 호흡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시선이 많았다. 2015년 은행장과 2017년 지주 회장 자리를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인 점도 걸렸다.
그러나 위 행장은 "일은 시스템에 맞춰서 하는 것"이라며 "조 회장을 잘 도와 경영진 사이에 마찰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지 않게 하겠다"고 불화설을 스스로 잠재웠다.
지난 2일 창립기념식에서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 중인 '2020 스마트 프로젝트'가 초격차로 향하는 명료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며 "그룹의 맏형이라는 사명감을 가지고 목표를 향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위 행장의 지원으로 조 회장이 취임과 함께 중장기 전략 과제로 내세운 '2020 스마트 프로젝트'도 어느정도 틀을 갖춰가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글로벌을 비롯한 디지털과 원신한(one shinhan) 부문에서 그룹, 은행 등 계열사와의 시너지 효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리딩뱅크 자리를 놓친 것은 분명히 아쉬운 일"이라면서도 "대신 신한금융 내 서열 1, 2위라고 할 수 있는 조 회장과 위 행장의 팀워크로 '원신한' 전략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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