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구도 4.3을 부정하거나 폄훼하거나 또는 모욕하는 일이 없도록, 4.3의 진실이 똑바로 서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제주 4.3 70주년을 맞아 "4.3의 '완전한 해결'을 약속하며, 생존자와 희생자, 유족들의 상처를 위로했다.
문 대통령도 이날 추념사에서 “70년 전 이곳 제주에서 무고한 양민들이 이념의 이름으로 희생당했다”며 “국가권력이 가한 폭력의 진상을 제대로 밝혀 희생된 분들의 억울함을 풀고, 명예를 회복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 번 깊이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 명예회복, 유해발굴사업, 국가 차원의 배·보상도 약속했다. 이로써 문 대통령은 4ㆍ3 사건이 국가 권력에 의해 무고한 양민이 희생당한 사건이라고 명확히 규정 지었다.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1일 경찰의 발포사건을 기점으로 하여, 경찰·서청의 탄압에 대한 저항과 단독선거·단독정부 반대를 기치로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무장대가 무장봉기한 이래 1954년 9월21일 한라산 금족지역이 전면 개방될 때까지 제주도에서 발생한 무장대와 토벌대간의 무력충돌과 토벌대의 진압과정에서 수많은 주민들이 희생당한 사건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4·3 특별법이 2000년에 처음 만들어졌고, 2003년에 진상 보고서가 나왔었다. 그 보고서 내용이 정부 입장"이라며 "그러나 현재 그것만으로 진상 규명과 배·보상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특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통령 추념사도 그런 말씀"이라고 전했다.
4·3을 상징하는 동백꽃 배지를 단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처음으로 행방불명인 표석 및 위패 봉안실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행방불명인 표석에 동백꽃을 놓았고, 선흘리 마을 위패 앞에서 술 한 잔을 올리면서 유족을 위로하고 4·3 영령을 추념하는 시간을 가졌다.
대통령 내외가 4·3 추념식에 참석해 분향과 헌화를 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김정숙 여사는 4·3 사건을 상징하는 동백꽃을 영령들에게 바쳤다.
그 모습을 본 양조훈 4.3평화재단 이사장은 눈물을 흘리며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다가 "제주도민들의 쌓인 한이 많이 녹아내릴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양 이사장의 손을 잡아준 뒤, 방명록에 "통곡의 세월을 보듬어 화해와 상생의 나라로 나아가겠습니다"라고 적었다. 이렇듯 문 대통령은 현대사의 비극과 고통을 화해와 치유로 승화시켰다.
문 대통령은 이념 대립을 넘어서는 키워드로 정의와 공정을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이제 대한민국은 정의로운 보수와 정의로운 진보가 ‘정의’로 경쟁해야 하는 나라, 공정한 보수와 공정한 진보가 ‘공정’으로 평가받는 시대여야 한다”며 “정의롭지 않고 공정하지 않다면, 보수든 진보든, 어떤 깃발이든 국민을 위한 것이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탈(脫)이념' 기조에 터잡은 새로운 국가상은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평화와 인권을 비롯한 인류 보편적 가치를 주창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게 문 대통령의 인식이라고 청와대 관계자들은 전했다.
한편 올해부턴 처음으로 추념식이 시작된 오전 10시부터 1분간 제주도 전역에 4ㆍ3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 사이렌이 울렸다. 추념식에선 4ㆍ3 당시 430여 명이 한꺼번에 희생된 북촌리 사건을 모티브로 한 ‘순이삼촌’이란 소설을 쓴 현기영 씨가 추모글을 낭독했다. 4.3 유족들로 구성된 제주지역 합창단이 가수 안치환의 노래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자, 이곳저곳에서 울음이 터져나왔다.
제주도로 이주해 사는 가수 이효리가 추모시를 낭독했고 가수 루시드폴도 추모공연에서 4ㆍ3사건을 배경으로 만든 자신의 노래 ‘4월의 춤’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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