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주택시장 점검] [르포] 불 꺼진 아파트...충북 준공 후 미분양 1000가구

  • 청주시 동남지구 인근 아파트 1년 새 매맷값 5000만원↓...“인구가 공급 못 따라가”

  • 동아·대성·원건설 분양서 임대로 전환...“지방 분양 시장 적체”

충북 청주시에 올해에만 1만 가구 이상 공급된다. 청주시 동남지구 택지개발사업 공사 현장 맞은 편에 아파트 단지가 위치해 있다. [사진=오진주 기자]


“용암동 중흥마을 2단지 부영아파트 전용 84㎡가 작년 이맘때쯤 2억2000만~2억3000만원 정도 됐던 물건입니다. 최근 급매물이 1억8000만원에 나왔죠. 매물을 내놔도 공급이 많으니 팔리지 않습니다” (충북 청주시 용암동 H공인중개업소 대표)

4일 찾은 충북 청주시 흥덕구 KTX 오송역 인근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 공사 현장엔 풀풀 날리는 먼지를 가라앉히는 살수차가 오갔다. 더 이상 공사 현장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관계자에 말에 택시 기사는 “여기 몇 백만 제곱미터 땅에 다 아파트가 들어선다더라”라며 “끝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청주와 세종을 잇는 오송읍 정중리 일대에 328만㎡ 규모로 조성 중인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는 주거시설을 비롯해 바이오산업과 연구기관 등 다양한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이 중 B6블록에 들어서는 ‘오송역 동아 라이크텐’ 970여가구는 지난해 분양을 할 예정이었지만 최근 임대로 방향을 틀었다. 미분양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 공급 느는데...충북 악성 미분양 35% 증가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기준 충북 내 준공 후 미분양 주택 수는 900가구로 전 달보다 35%가량 증가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청주시를 2016년 10월 미분양 관리 지역으로 선정했다.

시에 따르면 올해 시에서 공급될 아파트 물량은 분양 7900여가구와 민간임대 3000여가구를 포함해 1만가구가 넘는다. 특히 상당구와 동남지구 등에서 택지개발이 진행되면서 공급량이 증가하고 있다.

이처럼 공급이 늘면서 개발지구 인근 아파트값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KB부동산 시세에 따르면 동남지구 바로 앞 용암동의 아파트 매맷값은 지난해 10월 1.1㎡당 169만원에서 지난 달 165만원으로 하락했다. 동남지구 인근 H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부영아파트 최고층인 15층 매맷값이 1억9000만원에 형성돼 있다”며 “새 아파트 입주 전 전·월세로 들어가려고 매물을 내놓은 사람들이 있는데, 공급이 많으니 안 팔린다”고 말했다.

오송역 인근은 청주시에서 유입된 인구가 있어 원도심보다 사정이 조금 나은 편이다. 지난해 2월 2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오송역 앞 '대원칸타빌' 전용 84㎡(중층)는 지난 2월 2500만원 떨어진 2억2500만원에 거래됐다. 현재 대부분 2억원 중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오송읍 Y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전셋값이 점점 올라가 매맷값과 비슷해졌다”며 “수요자 대부분이 직업 때문에 산업단지로 이사오는 사람들이어서 매매보단 전·월세를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세종지역 아파트 가격이 올라다가보니 그 만큼은 아니어도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충북 청주시 오송읍에 들어설 아파트가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했다. 사진은 오송바이오폴리스지구 공사 현장. [사진=오진주 기자]


◆ 지역 내 양극화도 심화...임대 전환으로 돌파구 모색

공급 과잉으로 인한 미분양 우려가 커지자 건설사들은 임대 전환으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오송역 동아 라이크텐 외에도 동남지구에 들어서는 ‘대성 베르디힐’ 1500여가구가 분양에서 임대로 전환했다.

원건설도 동남지구에 공급 예정인 ‘힐데스하임’ 910가구를 임대로 전환하는 사업계획을 시에 제출했다. 우미건설도 같은 곳 B7·B8·C2블록 가운데 B8블록을 내년 상반기 임대로 공급하기로 했다. 나머지 B7블록(우미린 풀하우스) 1016가구와 C2블록 489가구는 각각 이달 27일과 오는 10월 분양에 나선다.

우미건설 관계자는 “청주는 공급이 많다보니 분양 시장이 적체돼 있고, 신규 분양 시장이 좋아질 것이라는 판단이 어려워 임대 전환을 통해 천천히 진행해보겠다는 계획”이라며 “건설사는 임대를 통해 실수요자를 잡을 수 있기 때문에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곳에서는 임대를 고려해볼만 하다. 향후 소진되는 상황을 봐서 이후 사업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내에서도 미분양 양극화는 심화되고 있다. 준공 후 미분양 주택 990가구 가운데 청주시가 2가구인데 반해 △충주시 297가구 △음성군 291가구 △진천군 196가구 △옥천군 135가구 등 지역 내에서도 표정이 엇갈렸다.

청주 내에서도 양극화 조짐이 보인다. 지난해 말 흥덕구에서 진행된 ‘서청주 파크자이’와 ‘가경 아이파크’는 모델하우스에 2만여명이 몰려 순위 내 청약이 마감됐다. 3시간을 기다린 끝에 잔여세대 분양을 받은 가경 아이파크 입주 예정자 A씨(31)는 “남편이 서울로 출퇴근하다보니 버스터미널 근처에 위치한 단지를 살펴보게 됐다”며 “브랜드 건설사가 공급해 집값이 안 떨어질 거란 믿음도 있고, 근처에 스타필드가 들어온단 소문도 들었다”고 말했다.

지역 내 공인중개업자들은 유입 인구에 비해 공급이 넘친다고 지적한다. 윤창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청주시 상당구 지회장은 “청주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인구 증가에 비해 공급이 많은 것은 사실”이라며 “이는 청주 뿐 아니라 지방 전체의 문제다. 내년까지 공급이 계속되다보니 금방 해소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일대에 아파트 단지가 늘어서 있다. [사진=오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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