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세 폐지론이 힘을 키우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 법안 발의가 이어지고, 일반인도 청와대 국민청원으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렇지만 정부는 소극적이다. 당장 해마다 5조원 안팎에 이르는 세수를 포기해야 한다. 국회도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개점휴업 상태다.
◆주식 4번 팔면 손실 나도 1% 떼여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거래세 폐지론이 현재 내세우고 있는 가장 큰 근거는 조세 정의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이중과세 논란이 일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추세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행법은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팔거나 비상장주식을 매도할 때 0.5%를 증권거래세로 부과한다. 코스피나 코스닥 주식을 장내에서 팔 때 세율은 나란히 0.3%다.
전문가 다수는 '소득 있는 곳에 세금 있다'라는 개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아무리 큰 손실을 보더라도 세금을 물리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4차례 이상 주식을 파는 개인 투자자라면 날마다 1% 넘는 세금을 물어야 한다. 손실까지 봤다면 이중고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현행 증권거래세 부과 기준은 1978년 마련됐다. 이후 한 차례도 바뀌지 않았다. 도입 당시에는 금융실명제를 실시하지 않았다. 실제로 누구에게 소득이 돌아가는지 파악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세금을 물린 것이다.
물론 이제는 상황이 다르다.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런 이유로 증권거래세를 0.1%까지 낮추는 법안을 내놓았다. 그는 "금융실명제 정착으로 모든 증권거래 손익은 실제 거래자에 귀속된다"고 지적했다.
◆꼬리 무는 논란에도 폐지는 미지수
이중과세도 논쟁거리다. 올해부터 과세표준 3억원 이상인 대주주(주요주주)는 주식을 팔아 차익을 남길 경우 더 많은 양도세를 내야 한다. 세율을 22.0%에서 27.5%로 올렸다. 물론 증권거래세도 내야 한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가 양도세 부과 대상자를 3억원으로 낮춰 이중과세를 심화시켰다"며 "종국적으로 거래세를 폐지하고 양도세만 부과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에 맞는다"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 독일, 덴마크, 스웨덴, 브라질, 스위스를 비롯한 선진국 다수는 증권거래세를 물리지 않는다.
최운열 의원은 이달 안에 증권거래세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법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내린 후 없애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적지 않은 세수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증권거래세로 걷은 돈은 2014년 4조5874억원, 2015년 6조5395억원, 2016년 6조1108억원으로 해마다 5조원 안팎에 달한다.
다른 세금과 달리 매도와 동시에 징수할 수 있다는 점도 정부가 포기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 국회 관계자는 "본격적인 법안 논의는 6월(지방선거)을 넘겨야 이뤄질 것"이라며 "이후에도 정부가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면 큰 현안에 밀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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