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동시지방선거’가 다가오고 상반기 국회가 마무리돼 감에 따라 무소속 의원의 몸값이 오르고 있다. 특히 국민의당 분당 당시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어느 쪽도 선택하지 않고 무소속으로 남은 이용호 의원과 손금주 의원이 어디로 향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국회 의석은 범진보 148석 대 범보수 145석으로 비교적 팽팽한 구도를 이루고 있다. 범진보의 경우 △더불어민주당 121석 △평화당 14석 △정의당 6석 △민중당 1석 △무소속(정세균·손금주·이용호) 3석 △바른미래당 소속이나 평화당으로 활동 중인 박주현·이상돈·장정숙 의원 3석을 합쳐 148석이다.
범보수의 경우 △한국당 116석 △바른미래당 27석(박·이·장 의원 제외) △대한애국당 1석 △무소속(이정현) 1석으로 145석을 유지하고 있다.
범진보 진영이 우세한 편이나 지방선거가 다가오면서 한 치 앞을 알 수 없게 됐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출마하는 의원들이 많아 원내 제1당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다. 먼저 김경수 의원이 지난 2일 경남지사 출마를 선언, 다른 후보들이 김 의원으로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사실상 1석을 잃게 됐다. 이외에도 △서울(박영선·우상호) △인천(박남춘) △대전(이상민) △경기(전해철) △충북(오제세) △충남(양승조) △사퇴 의사(민병두) 등 소속 의원의 지선 출마 및 사퇴 의사로 최대 7석까지 더 잃을 수 있다. 이 경우 의석이 113석까지 줄어들 수 있어, 자칫 지방선거 기호 1번까지 놓칠 수 있다.
반면 원내 제2당인 한국당의 경우, 현재 116석을 점하고 있다. 지선 당선 가능성이 저조한 데다 당 지도부의 전략공천 방침으로 의원들의 출마 선언이 거의 없는 상황이다. 당선이 유력한 경북지사 후보 경선에만 김광림·이철우·박명재 의원이 뛰어들었다. 다만 정치자금법 위반과 불법 선거운동 혐의로 1·2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의원(이군현·권석창)이 있어 113석까지 줄어들 수 있다.
민주당의 경우 원내 제1당을 잃게 되면 지방선거 기호 1번을 내줘야 한다는 문제도 있지만, 임기가 5월 말로 끝나는 정세균 국회의장의 후임 문제가 시급하다. 지난 2016년 총선 직후 ‘여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는 옛 여당(새누리당)의 주장에 맞서 ‘원내 1당이 의장을 맡아야 한다’며 정 의장을 선출한 만큼, 원내 2당이 되면 국회의장까지 내줄 가능성이 상당히 커진다. 민주당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국회의장 자리를 내어줄 경우 문재인 정부의 국정운영에 상당한 부담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평화당과 정의당 역시 애타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난 2일 공동으로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이라는 교섭단체를 등록했는데, 등록 요건인 20석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6·13 지선이 향후 정국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거물급 의원의 지선 차출이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애초 전남지사 출마 의사를 밝혔던 박지원 평화당 의원이나 광역자치단체장으로 승부를 걸어볼 만한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 노회찬 원내대표 등도 출마를 포기했다. 평화당은 바른미래당 소속이지만 뜻을 같이하고 있는 박·이·장 의원의 출당을 요구하고 있지만, 바른미래당 지도부는 거부 의사를 명확히 한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손·이 의원의 행보가 다시금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이 손·이 의원을 영입하게 될 경우 국회의장직 유지는 물론 의원들의 지선 출마에 대해 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평화당은 좀 더 절박하다. 지선에서 두각을 드러내야 하는데 민주당 지지도가 워낙 고공행진 하고 있어 인재들이 모이지 않고 있다. 호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이상 광주시장과 전남·전북지사에 제대로 된 후보를 내야 하는데 의원 차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의당과의 공동교섭단체 구성 협상에서 의석 유지를 약속한 만큼 손·이 의원의 합류를 절실히 기다리고 있다.
이용호 의원의 경우 애초 ‘평화와 정의의 의원 모임’에 합류하려고 했으나 지난달 23일 이를 철회했다. 이 의원이 민주당에 합류할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말도 나온다. 손 의원 역시 최근 민주당 영등포구청장 출마 후보자인 채현일 전 청와대 행정관의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민주당 인사들과 만났다. 민주당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이들이 당장 민주당이나 평화당으로 향할 것 같지는 않다. 몸값이 최대한 오를 때까지 기다릴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컷오프, 불모지 대구에서 무소속으로 생환한 홍의락 의원은 1년이 넘게 지나서야 복당했다. 그의 복당은 대선을 코앞에 둔 지난해 5월4일 이뤄졌다. 문재인 대세론에 쐐기를 박기 위해서다.
당시 문 대통령은 ‘입당 환영식’을 열어주며 “아주 든든한 힘이 돼주는 천군만마를 얻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대구 표심을 의식한 것이다. 손·이 의원 역시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최대한 관망한 뒤 '때가 오면' 움직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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