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지나다니는 장소에는 정보가 흐르기 마련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면 더 많은 정보가 모인다. 사람이 특히 많은 곳은 교통편이 정차하는 역(驛)이다. 역의 승강장을 뜻하는 플랫폼(platform)은 어쩌면 오프라인에서도 가장 많은 정보가 흐르는 장소일 것이다.
플랫폼에는 정보가 쌓인다. 정보가 곧 돈이자 권력이 되는 현대사회에서 플랫폼, 특히 온라인 플랫폼의 지위는 막강하기만 하다.
최근 벌어진 페이스북의 정보유출 사태는 페이스북이 얼마나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는가를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는 계기가 됐다. 개인의 취향, 성격, 심리, 인간관계, 정치적 성향까지 속속들이 수집하고, 분석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회원가입시 이용약관에 명시된 개인정보 수집여부에 대해 쉽게 동의하지만,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그 사실을 깨닫곤 한다.
우리가 밟고 있는 이 플랫폼의 다음 정거장은 철저하게 개인화된 시대다. 이 시대로 나아갈 연료는 개인정보 데이터다.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아할 것이 분명한 영화, 드라마, 음악 등의 콘텐츠와 각종 아이템을 추천해주고, 개인은 추천받은 상품을 구입한다. 기업의 수익과 직결되기 때문에 데이터 수집은 앞으로도 더 다양한 통로를 통해 더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될 것이다.
개인정보가 어떤 식으로 이용될지는 전적으로 데이터 수집 기업에 달렸다. 금전적인 이윤을 편취하고, 정치적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있다. 데이터 보유자들의 윤리의식에 모든 것을 맡기기에는 사고 발생시 예상되는 피해가 너무도 크다. 게다가 제3자가 개입해 물을 흐릴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번 페이스북 사태로 여실히 드러났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의 정보를 무단으로 이용했다는 것도 내부자 고발이 있어 밝혀질 수 있었다.
초개인화 사회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 없다면 사후규제를 강화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개인정보 유출 관련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거나 과징금 상향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 이전에 해외 기업에 대한 제재 실효성을 확보하는 것이 먼저다. 다행히도 이에 대해서는 정부가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이다.
비단 페이스북의 문제가 아니다. 구글, 네이버같은 포털사만의 문제도 아니다. 우리가 올라타있는 통신, 데이터, 전자기기 등등 수많은 플랫폼이 모든 족적을 좇고 있기 때문이다. 개인의 행동 하나하나가 데이터로 기록되고 있는 세상이다. 설령 그것이 당신이 잠든 사이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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