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훈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위원장은 4일 열린 ‘해운산업 발전방안 정책세미나’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설 의원은 “우리나라는 △해상물동량 10억t △무역규모 1조 달러 △컨테이너 처리량 1000만TEU △조선 1위 △해운 5위 국가임에도 산업 간 상생보다 각자도생한 결과 해운과 조선업이 위기에 빠졌다”며 “더 이상 해운‧조선업 구조조정 실패 사례를 반복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박근혜 정부는 해운업 구조조정 과정에서 해운업계 원양선사의 경쟁력 강화보다 채권 회수에 몰두했다.
특히 채권단은 3대 구조조정 원칙을 정하고, 이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에 강요해 결국 한진해운이 파산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남은 현대상선도 세계 1·2위 해운선사인 덴마크의 머스크와 스위스의 MSC가 결성한 해운동맹인 2M과 불공정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게 됐다.
또 해양금융종합센터와 해양보증보험을 설립했지만 위기극복에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부가 국적선사 대신 해외선사를 지원,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한 셈이다.
당시 정책 금융기관의 해외선사 지원실적을 보면 2008년 이후 해외선사에 124억 달러를 지원한 반면, 국적선사는 26억 달러에 그쳤다.
세계 최대의 해운회사인 덴마크의 머스크(42억 달러), 모나코 선사인 스콜피오(3억 달러), 칠레 선사인 CSAV(2억 달러) 등이 우리 정부의 지원을 챙겼다.
설 의원은 “우리 해운업은 2개 원양선사와 12개 근해선사가 과당경쟁을 하는 양상”이라며 “원양선사는 하나의 글로벌 메가 캐리어로 육성하고, 근해선사는 2~3개로 재편해 역할분담 및 상호협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일 장금상선과 흥아해운의 컨테이너 정기선 부문 통합법인 합의서를 체결했다. 국내 업계에서는 두 근해선사의 통합법인이 향후 근해선사 재편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는 반응이다.
설 의원은 현재 12% 수준의 원양 컨테이너선사(컨선사)의 적취율을 50%까지 끌어올려야 한다는 견해도 내비쳤다.
원양 컨선사의 적취율을 올릴 경우, 안정적인 성장 기반을 조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원양‧근해선사를 모두 합친 적취율은 국적선 32%, 외국선 68%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우선적으로 원유와 석탄, 철광석 등 전략물자 국적선 적취율을 51%에서 100%로 확대하고 전략물자 해상수송 시 국적선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제안했다.
이 밖에 선박금융시스템 도입을 위한 한국해양진흥공사 자본금도 5조원에서 10조원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세미나에서 발표된 정부안에 따르면 △선박 확보 △화물 확보 △경영안정 지원을 해운재건 중점 정책으로 꼽았다.
선박 확보는 오는 7월 설립목표인 한국해양진흥공사를 통해 금융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정부는 또 친환경 선박 보조금 제도를 도입, 노후 저효율 선박을 친환경 선박으로 대체해 선대 효율화를 이끌어 내겠다는 복안이다. 내년부터 2022년까지 약 50척을 대체한다는 목표다.
화물 확보 지원과 관련, 종합심사 낙찰제도 도입을 화두로 꺼냈다. 기존 최저가 낙찰제도로 인한 덤핑 수주 등을 방지, 운임현실화 및 안정적인 운송을 보장해야 한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올해까지 시범사업을 거치고 내년에 제도를 도입할 계획이다.
선주‧화주‧조선소 상생펀드 도입은 선사의 선박 발주에 선주·화주·조선소가 함께 참여하는 순환 방식이 이뤄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설 의원은 “일본의 경우, 정기 3사가 한진해운 파산에 따른 위기감 고조로 통합절차를 밟았다”며 “통합으로 연간 1100억엔(약 1조2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일본 선사와 화주는 상호 신뢰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도 일본처럼 △통합법인에 대한 세제 및 일감지원 △금융차입금 상환기간 연장 및 금리인하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며 “해양수산부는 화물우선적취권제도, 선주협회는 우수 선·화주 인증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용역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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