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빠른 시일 내에” 시리아 내 미군의 철수를 언급했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분간 철수를 유보하기로 했다고 NBC 등 주요 외신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연설에서 시리아 내 미군 철수를 언급한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안보 회의에서 참모진의 설득에 마지못해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백악관은 4일 설명을 통해 시리아에서 미군의 IS 격퇴 임무가 빠르게 종료되고 있다면서도 완전한 철군 시점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아울러 백악관은 IS가 거의 궤멸했으며 미국은 향후 계획과 관련해 동맹국과 상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트럼프 대통령은 오하이오 주 연설에서 시리아 내 미군의 조기 철수를 시사한 바 있다.
그러나 참모들은 IS가 세력을 재확장하거나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정부의 강력한 동맹인 이란이 중동 내에서 영향력 확대를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게 하려면 당분간 미군이 머물러야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미군의 수가 이미 줄어들고 있으며 완전한 철수는 미국과 동맹국이 그 동안 얻은 결실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 있다고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미국은 시리아에 2000여 명의 지상군을 두면서 쿠르드와 시리아민주군(SDF)을 지원해 IS 격퇴를 수행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미군 조기 철수를 강행할 경우 시리아에 위험한 공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IS가 주요 도시에서 퇴각하는 등 세력이 축소된 것은 확실하지만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기 때문에 조기 철수 시 혼란을 틈 타 세력 재확대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것이다. 아울러 시리아를 둘러싼 주도권이 러시아, 이란에 넘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함께 나왔다.
이브라힘 알 아실 중동연구소 연구원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승리를 선언하고 조기 철수할 경우 심각한 실수를 저지르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시리아에서 미군 철수는 게임의 판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면서 “미군 지원부대가 IS에게서 해방시킨 영토가 다른 세력에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는 결국 IS나 다른 급진단체가 혼란을 이용해 세력을 재확장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면서 “미국이 IS를 완전히 뿌리 뽑고 IS 점령지의 안정화를 확인한 뒤 철수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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