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을 만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젠더차별과 관련해) 채용과정 전반에 대한 실태조사와 그 결과에 따라 적극적인 지도감독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부처 장관이 금감원장을 찾아 면담한 것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젠더차별이 전체 금융권에서 암암리에 이뤄지고 있다는 데 따른 문제의식에서 이뤄진 긴급 회동이다.
금감원은 최근 하나은행이 남녀 차등채용을 계획적으로 추진했다고 밝혔다. 2013년 채용과정에서 남녀 채용비율을 4:1로 미리 정했고, 여성 커트라인(서울지역)을 남성 보다 50점 가량 높이 설정해 서류전형부터 여성 지원자를 걸러냈다.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예금보험공사, 한국예탁결제원, 캠코, 한국투자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공공기관 7곳의 임원 32명 가운데 여성은 한 명뿐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상무 이상 임원 25명 중 여성은 백미경 소비자보호본부 전무가 유일하다. 국민은행도 임원 27명 중 박정림 WM 부문 총괄 부행장만 여성이다. 우리은행도 임원 25명 중 1명이 여성이고, 신한은행은 19명의 임원 가운데 여성은 전무하다.
2금융권도 다르지 않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의 조사에 따르면 보험·카드·증권 등 업종 59개사의 승진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임원 940명 중 여성 비율은 4.3%에 불과했다. 2금융권 직원 10명 중 4명이 여성이지만 여성임원 비율은 4%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사회에 참가할 수 있는 등기 임원은 1명도 없었다.
여성 직원은 대부분 무기계약직이나 외주 등 하위 직급에 몰려 있다. 금융권에서 여성의 생존은 하늘의 별따기 수준인 셈이다. 결혼이나 육아 등으로 인해 승진과 업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기식 금감원장은 이날 정 장관과의 회동에서 "금융권 대상 경영진단평가 시 고용에 있어서 젠더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는지 반드시 들여다보고 이를 개선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2금융권 관련 제보가 들어와서 조사를 할 것이다"며 "하나은행이나 국민은행 외에도 고용에 있어서 젠더차별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