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100m당 하나꼴로 빈 점포...종로 뒤덮은 공실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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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진주 기자
입력 2018-04-08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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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출은 20% 가까이 줄고, 임대료는 38%나 치솟아

  • 상속세 내더라도 더 떨어지기 전에 팔자...매물 늘어

서울 종로구 종로2가 대로변에 위치한 상가에 임차인을 찾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오진주 기자]


“종로 YMCA 건물 맞은 편은 4년 동안 비어있습니다.” (서울 종로구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

8일 찾은 서울지하철 1호선 종각역부터 1·3호선 종로3가역까지 이르는 약 800m 길이의 대로 양쪽 건물 1층에는 총 14개의 점포가 임차인을 찾고 있다. 종로2가 사거리를 중심으로 인사동 쪽 대로변에는 5개의 점포에, 관철동 쪽 대로변에는 9개의 점포에 ‘임대’ 글자가 붙어있다. 양쪽 대로변 기준 약 100m 당 한 개의 점포가 공실인 셈이다.

◆ 서울서 임대료 가장 많이 올라...“전통 상권이라 쉽게 못 내려”

부동산114에 따르면 종각역 상권은 지난해 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종각역 상권의 임대료는 전년 같은기간보다 38.4%나 급등했다. 서울 27개 상권 가운데 임대료 상승률 1위다. 같은 시기 종각역 상가의 1㎡당 평균 보증금은 77만3000원, 월임대료는 5만90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인근 광화문 일대 상가 보증금 64만1000원, 월임대료 3만9000원보다 약 1.5배 비싼 가격이다.

임대료 상승률이 정점을 찍으면서 종각역 일대 점포의 공실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인근 M공인중개업소 대표는 “대로변 1층에 위치한 82㎡(25평) 상가가 보증금 4억~5억원에 월임대료가 3000만~4000만원 정도”라며 “가게가 오래동안 비어있다보니 권리금은 없다”고 말했다.

임대인들이 임대료를 좀처럼 내리지 못하는 이유는 종각역 상권이 영광을 누리던 시기 한 번에 임대료가 올라버렸기 때문이다.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대로변에 있는 상가의 임대료는 사실상 20년 전 당시 강남으로 상권이 옮겨가기 전 형성된 가격이라고 보면 된다”며 “주인들이 임대료를 낮춰주면 좋은데 전통적인 상권이다보니 쉽게 내릴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점포는 세입자에서 세입자에게로 넘어가면서 거래가 돼야 하는데, 한 번 점포가 비워지기 시작하면 1년 동안 비는 건 금방이다”라고 덧붙였다.

반면 종각역 상권의 매출액은 줄어들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종로구 상권의 지난해 하반기 월 평균 매출액은 3776만원으로 이는 같은 해 상반기(4486만원)보다 약 700만원 떨어졌다. 특히 ‘젊음의 거리’를 중심으로 이 일대에서 가장 많은 업종을 차지하고 있는 음식업은 같은 기간 4249만원에서 3864만원으로 400만원가량 매출액이 줄었다.

◆ 매각 나서는 임대인...“임대료 조정기 겪을 수도”

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상가를 매각하는 주인들도 등장했다. J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50~60년 동안 상가를 소유했던 ‘1세대’들 가운데 상속세를 내더라도 매각하는게 낫겠다고 판단하는 사람들이 있다”며 “최근에 323㎡(98평)와 128㎡(39평) 건물을 각각 94억원과 42억원에 매각했다. 상속을 받아서 처분하는 주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상혁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임대료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인해 점포의 수익률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다”며 “임대료가 낮아지면 건물의 자산 가치가 떨어져 수익률이 낮아진다. 임대료가 곧 수익률로 연결되니까 쉽게 임대료를 낮출 수도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황금 상권에서 일반 자영업자들이 빠지면 대기업 프랜차이즈가 들어가 유동인구를 끌어올 수 있었는데, 지금은 대기업도 빠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임차 매물이 소화되지 못한다는 건 임대료가 과도하다고 볼 수도 있다. 임대료 폭락까진 아니지만 가파르게 임대료가 올랐던 곳을 중심으로 곳곳에서 조정기를 겪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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