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최태원 SK그룹 회장]
“과연 고(故) 최종현 선대 회장 없는 SK를 최태원 부사장(현 SK 회장)이 성공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을까.”
지난 1998년 8월 최 선대 회장의 별세 후, 그룹의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그의 아들인 최태원 현 SK 회장에 대한 당시 업계의 시선이다.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로 인해 국내 재계가 휘청거리던 시절인 데다가 최 회장은 불과 서른아홉 살의 젊은 나이였기 때문이다.
이에 반박하듯 최 회장은 이듬해 최 선대 회장의 1주기 추모식에서 “지식의 적극적인 실천 등 선친의 가르침을 받들어, 한마음 한뜻으로 그가 못다 이룬 꿈을 이뤄낼 것”이라며 ‘사업보국(事業報國) 정신’으로 SK를 성장시킬 것을 다시 한번 약속했다.
◆최태원 이끈 20년, SK 재계 5위서 3위로 껑충, 자산총액 두 배 넘게 늘어
창립 65주년을 맞은 SK의 실적은 최 회장의 당시 다짐이 단지 말뿐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SK의 자산총액은 1998년 52조8000억원에서 지난해(5월 기준) 170조7000억원으로 2배 넘게 확대되며 국내 재계 5위에서 3위로 뛰어올랐다. 올해는 200조원대까지 늘며, 재계 2위인 현대차그룹(218조6000억원)을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SK는 지난해 그룹의 총 매출 139조원 가운데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인 54.2%(75조4000억원)을 기록하며, 국내 경제의 발전도 견인했다. 우리나라 전체 수출액(578조원) 중 13%를 담당한 것이다.
◆혁신 의지와 도전 정신 SK 성장 이끌어
이 같은 SK의 성장은 최 회장의 ‘혁신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뚝심 있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업계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SK의 반도체 사업 진출이 대표적인 예다. 최 회장은 2011년 주위의 만류에도 ‘부채 덩어리’였던 하이닉스를 인수했다. 자사의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에 이은 새로운 먹거리로 반도체 사업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신념을 믿고 이후 SK하이닉스에 천문학적인 투자금을 쏟아부었다. SK이닉스는 연구개발(R&D) 비용을 2011년 8340억원(매출액 대비 8%)에서 지난해 2조967억원(매출액 대비 12%)까지 6년간 두 배 넘게 끌어올리며, 기술역량을 키워왔다.
SK머티리얼즈 등 반도체 소재 기업들도 잇따라 인수하며, 그룹 내 반도체 수직계열화도 이뤄냈다.
여기에 반도체 호황이 맞물리면서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매출 30조1094억원, 영업이익 13조7213억원을 거뒀다. SK하이닉스의 2012년 실적(매출 10조1622억원, 영업손실 2273억원)과 비교하면 기적에 가까운 숫자로 평가된다.
◆2018년 새로운 도약 원년 삼는다
최 회장은 지금까지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올해를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그는 올초 서울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열린 2018년 신년회에서 “SK가 지난 20년간 그룹 이익이 200배 성장하는 성과를 올렸지만 여전히 ‘올드 비즈니스’를 열심히 운영하거나 개선하는 수준에 안주하고 있다”며 “미래 생존이 불확실한 ‘서든 데스(갑작스러운 몰락)’ 시대에서 지속 성장하기 위해서는 ‘딥 체인지(근본적인 혁신)’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SK는 향후 3년간 80조원에 이르는 대규모 투자에도 나선다. 석유화학과 정보통신, 반도체 등 기존 사업 부문을 강화하고,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기 위해서다. 최근 진행된 투자와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목적도 있다.
SK(주)는 지난해 LG실트론(현 SK실트론) 인수를 시작으로 다국적 제약회사 등을 속속 사들였다.
또 미국 유명 의류브랜드인 ‘앨리스올리비아’ 등에 총 6000만 달러 규모의 투자도 단행했다. 이밖에 SK이노베이션은 작년 미국 화학업체 다우케미칼로부터 에틸렌 아크릴산(EAA), 폴리염화비닐리덴(PVDC)사업을 인수를 완료하며,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재계 관계자는 “SK는 적시적기에 M&A(인수합병)의 성공으로 ‘퀀텀점프’를 이뤄왔다”며 “올해도 창업 65주년, 최 회장의 대표이사 취임 20주년을 맞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먹거리를 찾기 위해 의미 있는 M&A 행보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