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종현(좌측 첫째) 선대회장이 지난 1986년 방한한 사우디아라비아 야마니(우측 둘째) 석유상을 자택에 초청해 환담을 하고 있다.[사진=SK]
SK그룹이 8일 창립 65주년을 맞이했다.
1953년 최종건 창업회장이 만든 '선경직물'로 출발한 SK그룹은 65년의 세월 동안 변화와 혁신을 통해 반도체·에너지·통신 중심의 글로벌 기업으로 변모했다.
SK의 65년사는 '맨손과 열정으로 쓴 성공의 신화'라고 재계는 평가한다. 직물공장에서 4대의 직기를 가동하며 시작된 SK의 역사는 최종현 선대회장을 거쳐, 현 최태원 회장에 이르러 매출액 139조원의 재계 3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SK는 1960년대 선경직물의 지속적인 성과와 선경화섬, 선경합섬의 설립으로 국내 최초의 섬유기업집단(당시 선경)으로 성장했다. 이어 1980년 유공 인수와 울산컴플렉스 준공으로 수직계열화도 완성했다.
또 2000년대 신규사업으로 정보통신 분야를 설정,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해 세계 최초로 CDMA(코드분할다중접속) 상용화를 통해 급성장했다. 지난 2012년에는 '세계 최고 통합반도체 회사'로 도약을 목표로 SK하이닉스의 새출발을 알렸다. 이를 통해 반도체, 에너지·화학, 정보통신이라는 그룹 성장의 세 축을 마련했다.
◇최종현 회장,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천명
"선경을 국제적 차원의 기업으로 부각시키기 위해, 석유로부터 섬유에 이르는 산업의 완전계열화를 확립시키는 것입니다."
최종현 회장은 지난 1975년 신년사를 통해 SK그룹의 도약을 가져올 구상을 발표했다. 현재 이 신년사는 '제2창업선언'으로 불린다.
최 회장은 수직계열화를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1973년 선경석유를 설립하고 석유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과정에서 1980년 대한석유공사의 민영화 문제가 제기되자 이를 인수해 그룹의 오랜 숙원이었던 '석유에서 섬유까지'라는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1969년 7월 1이, 폴리에스터 공장을 선경화섬에서 분리해 합작법인 선경합섬을 설립했다. 사진은 1969년 선경합섬 수원 공잔 전경.[사진=SK]
◇'무자원 산유국'으로 에너지 강국 견인
SK는 국가적 사명을 안고 해외 자원 개발에 뛰어들었고, 북예멘 마리브에서 석유개발에 성공하며 대한민국 '무자원 산유국' 염원에 일조했다.
SK가 정유사업 진출을 구상하고 준비한 것은 1970년 대 초반부터다. 1973년 최종현 회장은 정유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현재 에쓰오일이 있는 울산 정유공장 부지에 15만 배럴의 정유공장 설립을 추진하다가 갑작스런 중동전 반발로 실패했다.
하지만 SK는 이를 통해 석유 네트워크 구축의 성과를 달성했다. 이후 중동 오일쇼크를 겪으면서 SK의 석유 네트워크는 빛을 발했고, 최 회장은 민간 외교역할을 수행하며 한국의 안정적인 석유공급에 큰 역할을 했다. 이에 힘입어 SK는 1980년 10월 유공 인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최 회장은 유공 인수 후에 '무자원 산유국 프로젝트'를 천명하고, 유전개발 전담팀을 꾸려 장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선대 회장의 무자원 산유국의 꿈은 최태원 회장에 이르러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현재 주력 계열사로 성장한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기준 전 세계 9개국, 13개 광구에서 총 5억3000만배럴의 원유 매장량을 확보했다. SK는 2020년까지 보유량을 10억 배럴까지 늘린다는 각오다.
◇시대를 앞서간 경영 시스템 'SKMS'
최종현 회장은 그룹의 하드웨어 못지 않게 소프트웨어 구축에도 관심을 쏟았다.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인의 체형에 맞는 한국적인 경영시스템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것이다.
SK는 1979년 SKMS(선경경영관리체계)를 완성했다. SKMS의 핵심은 '사람을 활용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SK의 향후 경쟁력은 마케팅, 재무, R&D와 같은 것이 아니라, 인재를 어떻게 육성하고, 이런 인재들을 어떻게 활용하는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SK는 세계적인 일류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업들 수준으로 해서는 추월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최고 수준 이상'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에 SK가 설정한 목표는 인간의 능력으로 해낼 수 있는 '최상의 수준'이며 이는 선진기업의 목표보다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목표를 추구한다는 것이다.
SKMS 정립 및 SUPEX 추구법 도입은 SK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우량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결정적인 초석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2년 3월 26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 본사에서 열린 'SK하이닉스 출범식'에서 최태원(우측 다섯째) SK그룹 회장과 내빈들이 SK하이닉스의 본격 출범을 알리피는 퍼포먼스를 갖고 있다.[사진=SK]
◇지주회사 전환, '제3의 창업'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7년 7월 SK그룹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최종건 회장이 1953년 직기 4대로 선경직물을 창업한 것이 '제1의 창업'이고, 최종현 회장이 1975년 수직계열화 선언이 '제2의 창업'이라면 최태원 회장의 지주회사 전환은 '제3의 창업'에 해당된다.
최태원 회장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지난 2004년 약속했던 재무구조 개선, 사업구조 개선, 지배구조 개선 등 3대 구조개선 약속을 모두 지키게 됐다.
당시 최태원 회장은 "SK가 지주회사 체제의 출범을 의결해 50년을 이어온 SK역사에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며 "1970년대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 선언, 1990년대 정보통신산업 진출이 SK 사업 구조에 큰 획을 그었던 것처럼 지주회사 전환도 SK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결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그룹 65주년 주요 발자취.[그래픽=임이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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