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환경부 장관이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거부 논란이 일파만파로 확산되면서 사면초가에 몰렸다. 두 차례 미세먼지 대책에도 단기 효과가 전무한 상황에서 이달 초부터 불거진 ‘재활용 대란’에 향후 거취까지 위협받는 모양새다.
수도권에서 시작된 업체들의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거부는 이달 들어 전국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미 대전과 광주, 부산 등 대도시에서는 관련 폐품 수거를 놓고 지자체와 업체 조율이 한창이다.
이처럼 ‘재활용 대란’ 우려가 확산되고 있지만, 정작 환경부는 느긋한 모습이다. 아니 표면적으로 여유가 있다는 표현이 정확한 해석으로 보인다. 환경부 직원들은 이달 초 재활용 대란 조짐이 보인 직후부터 초비상이다.
환경부 공무원들은 주말도 반납하고, 업계와 협의 채널을 가동하는 등 최선책을 마련하느라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정작 모든 문제를 책임져야 할 장관이 보이지 않는다. 직원들에게 지시만 할 뿐, 그의 움직임과 동선을 파악하기 쉽지 않다.
김 장관은 지난 2일 폐비닐‧스티로폼 수거 현장점검에서 “환경부가 잘못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 발언 이후 이렇다 할 진행과정에 대해 공식적인 해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난 5일에는 국무총리 주재 국정현안점검회의에서 이낙연 총리에게 뭇매를 맞았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중장기 대책을 들고 온 김은경 장관을 정면에서 질책한 것이다.
그동안 잠잠하던 여론도 부정적으로 흐르고 있다. 김 장관 취임 후 간헐적으로 ‘자질론’을 지적하던 여론이 재활용 대란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쓴소리를 쏟아냈다.
환경부 안팎에서는 폐비닐과 스티로폼 문제가 갑자기 일어난 사안이 아닌 만큼, 업계와 충분한 대화로 해결할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환경부 직원뿐 아니라 여론이 제기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가볍게 묵살했다.
환경부 내부에서는 김 장관이 지나치게 독선과 독단으로 의견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다는 불만이 취임 초부터 제기돼 왔다.
김 장관이 자신의 측근을 만들기 위해 인사권을 휘두르자, 사실상 환경부에서는 일할 사람이 부족하다고 하소연할 정도다.
올해 조직개편을 하며 대변인실에 ‘시민소통팀’이라는 부서를 만들었다. 그러나 정작 본인은 직원들과 전혀 소통하지 않고 있다.
실제 김 장관은 취임 후 공식석상에서 환경부 직원을 ‘우리’라고 표현하지 않았다. 김 장관과 환경부 직원들 사이는 철저한 ‘수직관계’라는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는 얘기다.
미세먼지에 이어 재활용 대란까지 위기관리 능력에서 허점을 보인 김 장관을 겨냥, 일부 언론에서는 노골적으로 ‘경질’이라는 단어까지 입에 올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장관급 첫 교체카드를 꺼내들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어떤 조직이든 리더는 중요하다. 스스로 뛰어난 리더가 있는 반면, 자신의 능력이 떨어져도 조직원의 특성을 파악해 결점을 보완하는 리더도 존재한다. 그런 점에서 김 장관은 환경부 직원들에게 어떤 리더로 평가받고 있을까.
전직 환경부 직원은 “공직사회는 장관 역량에 따라 부침이 크다. 여러 유형이 있는데, 부하직원 얘기를 귀담아 듣지 않는 스타일은 오래가지 못한다”며 “주변 조언을 무시하는 장관은 위기 때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장관의 역할은 권력이 아니라 조직의 역량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라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장관이 미세먼지와 재활용 대란을 어떤 묘수로 극복할지, 이번 위기를 계기로 환경부 내부에 만연한 인사와 정책적 불만을 잠재울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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