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신조어] 뚝배기가 멀쩡한 건 법 덕분 ‘법(法)블레스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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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모 기자
입력 2018-04-09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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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PIXABAY제공]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 3차 면접시험에서는 이런 대화가 오고 갔다. 면접관은 “길 가다가 아무 이유 없이 얻어맞으면 어떻게 하시겠어요”라고 물었고, 응시자는 “법은 멀리 있고 주먹은 가까이에 있으니 맞받아 치겠습니다”라고 답했다.

당시 면접위원은 법률 용어인 ‘정당방위’를 염두에 두고 이 같은 질문을 던졌는데, 나온 답변은 다소 황당했다. 결국 대답을 내놓은 응시자는 탈락하고 말았다. 사시 2차 합격자 중 면접시험에서 탈락한 응시자는 지난 10년간 1명뿐이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 ‘법블레스유’라는 말이 신조어로 등장했다. 강제되는 규칙을 말하는 법(法)과 축복하다(Bless you)가 결합된 단어다. ‘법의 축복을 받았다’는 말로, 법이 없었으면 진작 고인(故人)이 됐을 것이란 뜻이다. 위에서 언급한 ‘법보다 주먹이 가깝다’는 말과는 반대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비슷한 장면들이 자주 보인다.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이 악당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채 고민한다. 하지만 결국 주인공은 총을 내려놓고 악당을 경찰에 넘긴다. 악당에게는 그야말로 ‘법블레스유’인 것이다.

탈주범 지강헌은 인질극을 벌이던 당시 ‘유전무죄 무전유죄(有錢無罪 無錢有罪)’를 외쳤다. 600억원을 횡령한 전경환(전두환의 동생)의 형량이 7년인 데 반해 500만원을 훔친 자신은 무려 17년을 감옥에 갇혀야 하는 박탈감 때문이었다.

하지만 세상은 그떄와 다르다. 많이 변했다. ‘법블레스유’가 유행이 된 배경은 투명하고 엄격한 법 집행이 있기 때문이다. 이 점이 현재 우리 사회를 대변한다. 폭력시위가 아닌 촛불로 정권을 바꿨다. 주먹보다 법이 우선인 시대를 국민들이 만들었다.

법원은 지난 6일 1심 재판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징역 24년에 벌금 180억원을 선고했다. 이제는 뇌물 수수와 배임, 횡령 등으로 구속 수감 중인 이명박 전 대통령 차례다. 법의 심판대에 설 수 있도록 은총을 내린 국민들의 눈이 검찰과 법원으로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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