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남미의 좌파 아이콘'이자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대통령'으로 꼽혔던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전 브라질 대통령이 부패 혐의로 감옥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부패혐의로 실형이 선고된 룰라 전 대통령에 대한 체포명령이 7일(현지시각) 떨어졌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45분경 대기 중이던 연방경찰 차량에 타고 상파울루시 인근 상 베르나르두 두 캄푸시에 있는 금속노조 건물을 빠져나갔다.
그는 브라질 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부패혐의로 수감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고 현지 언론들이 8일 보도했다.
연방경찰은 룰라 전 대통령을 상파울루시 외곽 국내선 전용 콩고냐스 공항으로 옮겼고, 항공기 편으로 남부 쿠리치바시로 이동했다.
룰라 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에 대한 부패혐의 기소가 잘못됐지만, 사법부의 체포명령에 따를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룰라 전 대통령은 지난 2009년 정부 계약 수주를 도와준 대가로 대형 건설업체로부터 복층 아파트를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온 바 있다.
그는 작년 7월 1심 재판에서 뇌물수수 등 부패행위와 돈세탁 등 혐의로 9년 6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고, 올해 1월 말 2심 재판에서 12년 1개월의 형을 선고받았다.
변호인단은 불구속 재판을 요청했으나 연방대법원은 지난 4일 오후부터 5일 새벽까지 논의 끝에 찬성 5명, 반대 6명으로 기각했다.
수사 담당자인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온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체포명령을 내렸다.
모루 판사는 룰라 전 대통령에게 6일 오후 5시까지 쿠리치바시에 있는 연방경찰에 자진 출두하라고 통보했으나 룰라 전 대통령은 이에 불응, 금속노조 건물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룰라 전 대통령 변호인단은 고등법원과 연방대법원에 체포·수감 결정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룰라 전 브라질 대통령의 행보가 한국 박근혜 및 이명박 전 대통령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의견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징역 24년을 선고받으며 1심이 마무리된 상태다. 또 110억원대 뇌물수수 등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재판도 곧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올해 72세인 룰라 전 대통령으로서는 12년 1개월 형을 받은 만큼 그의 정치인생은 사실상 종말을 고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관측하고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역시 올해 66세로 형을 모두 살고 나올 경우 90세가 된다. 사실상 종신형에 가까운 형량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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