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싸게 팝니다 (Everyday Low Price)" 세계적인 유통기업 월마트를 상징하는 이 슬로건은 1962년 아칸소에서 처음으로 소비자들을 만났다. 앞서 타깃, K마트 등 할인점들이 시장에서 기지개를 켜기 시작하던 시기, 월마트는 낮은 가격과 고객 만족을 원칙으로 내세우며 인구가 적은 소도시에서 출발해 발판을 다졌다. 이후 급속한 성장기를 거치면서 1990년대에는 대도시로 진출에 성공했으며 전세계적인 유통업체로까지 발돋움했다.
그러나 월마트의 전성시대는 온라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창사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아마존이 유통업계의 신성으로 떠오르면서, 오프라인의 최대 유통업체인 월마트의 지분을 빼앗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에는 미·중 무역전쟁까지 겹쳐 중국에서 생산되는 저가품목의 가격이 오를 가능성까지 나오면서 월마트가 맞서야할 시련은 더욱 가혹해지고 있다.
◆ 지난해 4분기 실적 부진에 주가급락…올 들어 12.21% 하락
지난 2월 20일 (이하 현지시간) 미국 뉴욕 주식시장에서 월마트의 주가는 하룻동안 무려 10.18%가 떨어졌다. 전 거래일에 104.78 달러에 달하던 주가는 94.11달러로 추락했다. 지난 1988년 1월 이후 최악의 급락으로 기록된 주가하락 이면에는 아마존 시대에 대한 두려움이 자리잡고 있다.
이날 발표된 지난해 월마트의 4분기 실적은 투자자들을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미국의 소매판매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분기 매출액은 1363억 달러를 기록하면서 지난해에 비해 1.07% 증가에 그쳤다. 주당 순이익은 1.33달러를 기록하면서 시장 전망치인 1.373달러에 못미쳤을뿐만 아니라,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2%가 줄었다.
결국 늘어나고 있는 미국 소매 판매의 열매는 월마트가 아닌 아마존이 가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투자자들을 돌아서게 만든 것이다. 지난해 매출액을 기준으로 월마트의 매출 규모는 약 4900억 달러, 아마존은 약 1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그러나 문제는 성장의 방향이다. 월마트의 매출액의 지난 10년동안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아마존의 경우에는 매년 두자릿수의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유통의 변화가 더욱 거세지는 가운데, 지난 2월 이후 월마트의 주가는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80달러 후반대에 머물고 있다.
지난 6일 기준으로 올해 들어 월마트의 주가는 12.21% 하락했지만,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부정적인 발언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의 주가는 올들어 무려 20.16% 상승했다. 이는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두 기업의 미래를 반영하는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 아마존 시대를 견뎌내라…국내외 온라인 넓히기
최근 미국의 유통시장의 화두 중 하나는 바로 '아마존 효과' (Amazon Effect)다. 유통업계에 불어닥치는 폐업 행진의 뒤에 바로 아마존이 있다는 것이다.
북미 최대 완구류 유통체인인 토이저러스는 미국 전체 사업을 청산하는 절차에 들어갔다고 CNBC를 비롯한 외신이 최근 전했다. 토이저러스의 몰락은 최근 다른 유통업체들이 걷고 있는 길과 다르지 않다. 가전제품 소매 체인 베스트바이를 비롯, 백화점 체인 시어스, 메이시스 등 수많은 오프라인 유통 매장 폐쇄가 이어지고 있다.
CNN을 비롯한 현지 언론은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업체가 등장으로 오프라인 시장의 규모가 급격하게 축소됐다고 지적했다.
오프라인 유통의 상징인 월마트 역시 아마존 시대에서 생존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당장 온라인에서 취급하는 물품의 종류를 다양화했다. 지난해 월마트는 온라인에서 취급하는 물품을 800만개에서 2300만개로 거의 3배 정도 늘렸다. 동시에 온라인에서 구매액이 35달러 이상이 될 경우 무료 배송서비스를 하기도 했다. 멤버십 없이도 무료배송을 받을 수 있게 하면서 아마존과 차별화하기도 했다.
월마트는 국내 온라인 시장뿐만 아니라 국외 사업 확장에도 적극적이다. 최근 외신은 월마트가 인도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플립카트(FlipKart)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도는 최근 거대 소비시장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아마존이 공을 들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지난 2007년 설립된 플립카트는 인도 회사로 무려 60억 달러에 달하는 투자금을 외부에서 받아왔다. 그러나 아마존의 공세 강화 등으로 한동안 실적이 지지부진했다.
그러나 지난해 투자사 타이거 글로벌의 전무이사였던 칼리얀 크리쉬나무티(Kalyan Krishnamurthy)이 대표 자리에 오르면서, 다시금 글로벌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고 일본의 소프트뱅크도 투자에 참여하기도 했다. 현재 외부 투자자들 사이에서 플립카트의 가치는 150억에서 210억 달러 사이로 평가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마트는 타이거 글로벌 등 주요 투자사들로부터 플립카트의 지분 55% 정도를 매입할 계획이다.
월마트는 중국에서도 소형 하이테크 슈퍼 마켓을 개설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계획이다.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으로도 쇼핑이 가능하도록 한 이 슈퍼마켓은 생선물에서부터 신선한 과일에 이르기까지 8000여점 이상의 상품을 판매할 예정이며, 이 중 90퍼센트는 온라인으로도 판매될 예정이라고 로이터통신 등 외신은 전했다.
또 쇼핑한 물건은 반경 2km 이내의 고객에게 29분 안에 배달될 수 있도록 해 고객의 편의를 도왔다. 특히 월마트는 중국의 거대 IT 기업인 텐센트와 손을 잡고 위쳇 페이를 결제 수단으로 도입해 중국 소비자들에게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뿐만아니라 월마트는 중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중 하나인 징둥닷컴(JD)의 지분 일부를 소유하고 있으며, 징둥닷컴에서도 월마트의 상품을 살 수 있다.
◆ 커지는 미국의 헬스 케어 시장에도 도전
월마트는 헬스케어 분야 진출도 모색하고 있다. 지난달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월마트가 건강보험회사인 ‘휴매나(Humana)’를 인수하기 위한 초기 논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계약 체결 여부는 아직 알려져있지 않지만, 만약 성사될 경우 헬스케어 시장에 극적인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미국의 투자전문매체인 모틀리풀은 최근 "월마트에게 있어서 370억 달러(약 38조 4840억원) 규모에 달하는 휴매나와의 인수합병은 (월마트의) 경영 방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변화"라고 지적했다.
사실 월마트가 헬스케어 시장에 뛰어든다는 발표가 충격적인 것은 아니다. 최근 시장 규모를 키워가고 있는 건강 분야에 거대 기업들의 진출 선언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아마존은 버크셔 해서웨이와 JP 모간 등과 함께 내부 직원들을 위한 건강보험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이것이 성공할 경우 일반인을 대산으로 한 판매에도 나설 예정이라고 알려지면서 헬스케어 부문의 경쟁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이 있었다.
미국 최대 약국 체인 CVS헬스 역시 지난해 12월 휴매나의 경쟁사인 애트나를 630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으며, 지난 3월에도 건강보험회사 시그나는 미국 최대 보험약제관리회사(PBM) 익스프레스 스크립츠를 54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월마트는 미국 내 4700여 개 매장과 샘스클럽 매장 대부분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업체이기도 하다. 때문에 휴매나 인수를 통한 사업 확장은 설득력 있는 선택이라고 모틀리풀은 지적했다.
게다가 월마트와 휴매나 모두 중하위층 계급을 소비 타깃으로 하고 있으며, 평균 연령은 50대 정도라는 점에서 이 두기업의 합병은 더욱 시너지 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 1150만명에 달하는 휴매나의 고객들의 연령은 다소 높기 때문에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 쇼핑을 많이 하는 소비층이기 때문이다.
휴매나 인수가 성사될 경우 월마트 역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 될 전망이다. 월마트가 지금까지 실시한 M&A 중 최대 규모는 지난 1999년 영국 아스다그룹을 108억달러에 인수한 건이다.
월마트는 보험 대기업 휴매나(Humana)를 인수하는 초기 협상에 들어간 데 이어 제약 스타트업(신생기업)인 필팩(PillPack) 인수도 검토하고 있다고 CNBC가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온라인으로 의약품 주문과 배달을 가능하게 해주는 필팩의 인수 협상가는 10억 달러 전후인 것으로 알려졌다. 필팩까지 인수할 경우 월마트가 미국 헬스케어 산업에서 또다른 거대 기업으로 우뚝 서게된다고 현지 언론은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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