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포커스] '유령주식 배당' 꼬리 자르는 삼성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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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형 기자
입력 2018-04-09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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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삼성증권 홈페이지 캡처]


"신뢰에 가치로 답하다." 삼성증권이 강조해온 슬로건이다. 믿음은 유례없는 '유령주식' 배당으로 땅바닥에 떨어졌다. 이번 사고는 삼성증권에 대한 불신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자본시장 근간을 위협하고 있다.

그만큼 유령주식 배당 사고가 주는 충격은 크다. 실체 없는 주식이 시장에 풀렸다. 임직원과 애널리스트 16명은 착오로 받은 주식을 팔아치웠다. 도덕적인 해이는 주가 폭락으로 이어졌다. 아직 일반주주에게 얼마나 피해를 줬는지는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

삼성증권은 기존 발행주식(8930만주)이나 정관상 발행한도(1억2000만주)보다 최대 31배 많은 28억주를 우리사주조합에 배당했다. 실체 없는 28억주가 어떻게 유통됐을까. 새로 주식을 발행하려면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 한국예탁결제원에 등록해야 한다. 더구나 배당신주 발행은 이익배당총액 대비 50%로 제한돼 있다.

유령주식을 배당하고, 그 주식을 팔아치우는 동안 경고장치는 작동하지 않았다. 이런 일이 전산 조작만으로 일어날 수 있다면,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무차입 공매도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주식배당을 하려면 필요한 만큼 주식을 확보할 수 있는지 검증부터 하는 게 상식이다. 공시 정보만 대조해도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아주경제 최신형 기자]


삼성증권은 초대형 투자은행(IB)으로 지정돼 있는, 우리나라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큰 증권사다. 이런 회사 전산시스템이 이처럼 허술하게 주식을 배당할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그래서 의문이 꼬리를 문다. 비슷한 사례가 과거에 없었을까. 앞으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만약 고의적으로 범죄에 악용하면 막을 방법이 있나.

다른 증권사도 삼성증권과 별반 다르지 않은 전산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20만명에 육박하는 시민이 청와대에 청원한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증권은 "직원 실수"라고 말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흔히 봐온 '꼬리 자르기'다. 금융당국도 '내 탓'이라고 말하지 않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예탁결제원을 비롯한 관계당국은 모두 삼성증권에만 책임을 돌렸다.

이래서는 안 된다. 적어도 대수술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확실히 알았다. 과거처럼 꼬리만 자르고 넘어간다면 유령주식 배당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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