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시장의 둔화세가 선명해지면서 기업 실적 양극화도 한층 뚜렷해졌다.
신경보(新京報)의 9일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실적을 공개한 12곳의 증시 상장 자동차 기업 중 지리(吉利), 광저우자동차, 베이징자동차 등의 매출이 전년 대비 15% 이상의 상승세를 보인 반면 이치샤리(一汽夏利), 장후이(江淮)자동차, 하이마(海馬)자동차의 매출은 급격한 내리막길을 탔다.
시장 전반적으로 둔화세가 뚜렷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의 신차 판매 대수는 2887만8900대로 전년 대비 3.04% 증가에 그쳤다. 이는 2016년도 증가율을 10.61%p 밑돈 수준으로 가파른 둔화세를 보였다.
지리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은 927억6000만 위안(약 15조723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73% 급했다. 순익 증가폭은 한층 가파르다. 전년 대비 108% 훌쩍뒨 106억3400만 위안(약 1조80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최근 시장 둔화세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리자동차 측은 "지난해 실적이 전망치를 훌쩍 웃돌았다"면서 "완성차와 고급형 승용차의 판매량이 늘어 매출이 급증했고 이에 따라 순이익 증가폭도 커졌다"고 설명했다. 자신감이 붙은 지리는 '2020전략'을 발표하고 올해 매출 목표치를 전년 대비 27% 급증한 158만대로 제시하기도 했다. 올해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순전기차 등을 다수 선보여 친환경 시장도 본격적으로 공략한다는 목표다.
지난해 광저우 자동차의 매출은 전년 대비 44.84% 증가한 715억7500만 위안에 달했다. 주주 귀속 순이익도 107억8600만 위안으로 전년 대비 71.53% 껑충 뛰었다. 광저우-혼다, 광저우-토요타, 광저우승용차 등 합자회사와 자체기업을 거느린 광저우자동차는 지난해 전년 대비 21% 증가한 200만대 이상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7%를 돌파했다.
특히 자체브랜드인 광저우촨치(傳祺) 판매량이 50만8000대로 전년 대비 37% 급증해 눈길을 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세단, 다목적차량(MPV)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여 중국 소비자의 입맛을 제대로 공략했다는 평가다.
이치그룹의 양대 자회사는 엇갈린 실적을 보였다. 이치승용차(一汽轎車)의 실적은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지만 이치샤리는 두 자릿수 내리막길을 걸었다. 이치승용차의 매출은 22.86% 증가한 279억200만 위안, 순이익은 2억8100만 위안으로 129.47% 급증했지만 이치샤리의 매출은 28.34% 급감한 14억5100만 위안에 그치며 16억4100만 위안의 적자를 기록했다.
창안(長安)자동차는 물론 세계적인 전기차 제조업체로 주목받고 있는 비야디(比亞適)도 부진했다.
창안자동차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1.87% 소폭 증가한 800억1200만 위안으로 매출 부진으로 주주 귀속 순이익도 전년 대비 30.61% 급감한 71억3700만 위안에 그쳤다. 관련 기업의 투자 수익 악화가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자체 브랜드 판매량도 전년 대비 5.66% 감소했다.
비야디 역시 매출은 소폭 증가했지만 순익이 급감했다. 지난해 매출은 1059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2.36% 늘었으나 주주 귀속 순이익은 40억7000만 위안으로 19.51% 급감했다. 비야디 측은 "지난해 전통 자동차 판매량과 관련 제품 매출이 주춤하면서 순익도 감소했다"면서 "최근 태양에너지 분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관련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친환경 자동차 판매량은 11만대를 웃돌아 전년 대비 15% 이상 증가했다.
독자개발 SUV의 선풍적인 인기로 승승장구하던 창청(長城)자동차도 힘을 내지 못했다. 매출은 2.59% 증가한 1011억6900만 위안을 기록했지만 주주 귀속 순익이 50억2700만 위안에 그치며 52.35% 크게 감소했다. SUV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고급형 모델 공략을 위한 연구개발(R&D) 비용 증가 등이 실적에 악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장후이자동차는 매출과 순익이 모두 감소했다. 매출은 6.33% 감소한 492억300만 위안으로 6.33% 감소했고 순이익은 62.83% 급감한 4억3200만 위안에 그쳤다.
자동차 시장의 둔화세가 올해도 이어져 양극화 현상도 계속될 전망이다. 중국의 2월 자동차 생산량은 170만6000대로 전년 동기대비 20.8%, 판매량은 171만8000대로 11.1%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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