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고용노동부가 해당 보고서를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30년간 쌓아온 핵심 노하우가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른 조치다.
◆ 산업부,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정보 판단
9일 산업부 등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최근 산업부에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내용이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확인해줄 것을 요청했다.
산업부의 소관 법률은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이다. 기업은 보유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판정을 산업부 장관에 신청할 수 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심의하며, 위원장은 산업부 장관이다.
산업부 측은 산업기술보호위원회 전문가위원회에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또는 관련 문서에 국가 핵심기술에 해당하는 정보가 있는지 판단해 삼성전자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다만 산업기술보호위원회는 측정보고서 공개가 적절한지는 판단하지 않는다. 또 측정보고서 공개는 법규에 따른 고용노동부 소관으로 산업부가 관여할 권한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는 현재 소송이 진행 중인 법원에 전문가위원회의 심의 결과를 제출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산업재해 일부 피해자 등이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 공개 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정보 공개를 막기 위해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다.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는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 삼성 "30년 노하우 유출" vs 고용노동부 "영업 기밀로 볼만한 정보 없어"
보고서 공개를 두고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의 의견은 엇갈린다. 앞서 지난달 말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화성·기흥·평택 반도체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 탕정공장의 작업환경 측정보고서를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는 측정보고서에 생산라인의 세부 공정과 사용되는 화학제품의 종류, 조성 등 핵심 기술정보도 포함돼 있어서 자칫 핵심 공정기술이 유출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30나노 이하급 D램과 낸드플래시, 파운드리에 해당하는 설계·공정·소자기술과 3차원 적충형성 기술, 조립·검사기술, 모바일 AP 설계·공정기술 등 7개 기술이 반도체 분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있다.
김기남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DS) 사장도 최근 기자들과 만나 “삼성전자가 그간 쌓아온 20~30년 노하우가 들어있어 중요하다”라며 “우리에게 중요한 영업기밀이니까 공개해서는 안 된다”라고 고용노동부의 공개결정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반면 정보공개를 결정한 고용노동부는 측정보고서에는 기업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고 주장한다. 설령 영업비밀이더라도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 근거로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는 인체에 해로운 작업을 하는 작업장의 유해인자 노출수준을 측정하여 기록한 근로자 보건관리에 있어서 중요한 자료라고 밝혔다.
법원의 판단도 고용노동부의 주장에 힘을 싣는다. 지난 2월1일 대전고법은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에 기재된 내용에 기업의 영업비밀로 볼 만한 정보가 없다고 판결했다. 또 설령 해당정보가 기업의 경영‧영업상의 비밀이더라도 ‘사업 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되어야 한다고 판시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