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국립공원 탐방문화도 시대에 따라 많이 바뀌었다.
불과 30년전만 해도 전국 명산의 주요 계곡에는 삼겹살 굽는 냄새와 연기가 안개 낀 것처럼 자욱했다.
휴일이면 시원한 물가에서 먹고 마시고 놀다, 그대로 버리고 간 쓰레기가 어마어마했다. 특히 취사로 인한 수질 오염이 심해져 탐방문화 개선이 절실했다.
이에 따라 1991년 국립공원에서는 국민의 기대와 우려 속에 취사 및 야영 행위가 전면 금지됐다.
대피소, 야영장 등 지정된 장소 외에서 고기를 굽거나 찌개를 끓이는 것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단속의 실효성 논란과 함께 국민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이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일상화된 공원 탐방문화로 자리잡았다.
25년이 지난 2016년부터 배낭무게 줄이기 캠페인을 전개해 단순히 먹고 마시는 산행에서, 사색하고 관찰하는 산행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어 지난 3월 13일에는 자연공원법 개정을 통해 일부지역에서 음주행위가 금지됐다.
안전사고가 우려되고 다중이 모이는 장소를 위주로 △대피소 20개소 △탐방로·산 정상 81개소 △암(빙)장 57개소 등에서 음주가 금지된 것이다.
올 9월까지 계도기간을 거쳐 1차 행위 적발시 5만원, 2차 이상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음주행위 단속을 피해 출입금지 지역에 들어가면 1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장기적으로 지정장소 확대와 음주산행을 금지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산에서 마시는 술도 법으로 제한하느냐', '단속의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등의 의견도 있다. 그러나 산 정상에 올라 술로 회포를 푸는 산행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것에 많은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등산 중에 마신 술은 평소보다 체내 흡수가 빨라, 적은 양에도 쉽게 취할 수 있다. 이로 인한 인지능력 장애와 균형감각 저하 등은 낙상사고의 주요 원인이 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에서는 공원내 일부 지역에서의 음주행위를 금지, 안전한 산행문화를 정착시키고 쾌적한 탐방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나아가 자연과 사람이 공존할 수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국립공원 일부지역의 음주행위 금지 조치에 대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성과가 나타날 것이다.
국립공원은 말 그대로 '공공의 정원'이며, 국립공원 자체가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우리 시대 국립공원은 '자연의 주권'이 보장되는 최소 공간이다. 인간은 결국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고, 평안을 찾기 마련이다. 때문에 보존의 가치를 우선해 국립공원을 보호하는 것은 자연과 사람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보루를 지킨다는 의미다.
필자는 산행은 성스러운 행위라고 생각한다. 우리 선조들은 구도(求道)의 과정으로, 높은 정신세계에 이르기 위해 산에 올랐다. 산에 오른다는 것은 하늘에 가까이 다가간다는 의미다. 그래서 산행은 겸손하고, 엄숙한 행위이기도 하다.
산에 올라 내가 갖고 있는 것을 비운다. 그 비워진 공간을 술로 채우는 대신, 모든 것을 베푸는 자연의 정신으로 가득차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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