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 영상톡]"종이가 쓰러지듯 생명이 졌다"..낙원악기상가d/p 제주4.3 70주년 '잠들지 않는 남도-경계에 선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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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성 기자
입력 2018-04-10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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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승민 이재욱 권윤덕 옥정호 임경섭 김범준 작가 12점 작품

[사진=낙원악기상가 4층 전시공간 d/p]

허공에 쓰러져 엉켜있는 사람들, 억울하게 빨갱이로 몰려 죽었지만 그들은 파란색으로 표현됐다. 그 아래는 수많은 까마귀가 날고 있다. 권윤덕 작가는 '나무도장'을 통해 이렇게 제주4.3 사건을 표현했다.

1948년부터 1954년 9월까지 계속된 이 사건으로 1만 4028명이 희생돼지만, 미신고 또는 미확인 희생자가 있어 실제로는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제주4.3사건이 일어난 지 벌써 70년이 흘렀고 이를 기념하기 위해 낙원악기상가 4층 전시공간 'd/p'에서 제주4.3사건 70주년 기념 '잠들지 않는 남도-경계에 선 것들'전이 29일까지 열린다.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세계 최대 악기상점이 모인 낙원악기상가는 아주 특별한 곳이 있다.

건물 4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니 야외로 나가는 문이 나온다. 야외에는 작은 소극장이 마련돼있고, 오른쪽에 예술 전시관인 'd/p'가 보인다.

d/p는 이산낙원(discrete paradise)의 약자로 다양한 개인들이 모여 그들만의 낙원을 만든다는 뜻이다.

낙원악기상가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자 다양한 문화 예술 공연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최근 찾은 d/p에는 이승민, 이재욱, 권윤덕, 옥정호, 임경섭, 김범준 작가 등 비교적 젊은 작가 6명의 12점가량 작품이 걸려있었다.

제주4.3 70주년을 기리는 '잠들지 않는 남도'는 4월 한 달간 서울에 있는 6곳의 전시장에서 진행되며. d/p에서 진행하는 전시 주제는 '경계에 선 것들'이다.

성북예술창작터와 성북예술가압장은 '너븐숭이 유령', 이한열기념관은 '바람 불어 설운', 대안공간 루프에서는 '1948, 27719, 1457, 14028, 2018', 공간41에서는 '잃어버린 말'을 주제로 전시 중이다.

d/p에서는 그림책이나 일러스트 기반을 둔 작가의 작품이 출품됐다.

권윤덕 작가는 그림책 1세대로, 사회적 문제를 주제로 활동을 많이 했다. '꽃할머니'라는 위안부 관련 그림책도 그의 작품이다.

권 작가는 2016년 제주4.3사건과 관련해서 '나무도장'이라는 그럼책을 출간했는데 그 그림책을 설치로 전환하고 신작을 더 해 출품했다.

출품된 총 6개의 그림 중에 세 작품은 그림책의 원화다. 그림책에서는 유아 살해가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예술 창작 혹은 표현의 제작 동기)로 해서 유아 구조로 바꿔서 군과 경찰이 유아를 키우면서 갈등과 죽음을 넘어서 화해와 상생의 이야기를 담았다.

전시된 작품에서는 희생자들과 한라산으로 도망, 군과 경찰이 주민들을 쫓아가는 장면 등이 묘사됐다.

권 작가가 영혼 또는 죽음을 푸른색으로 설정, 다시 한라산에 올라 제주의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겨울 산의 전경을 그려 원화 옆에 출품했다.

사진 작업을 주로 하는 이재욱 작가는 'RED LINE' 작품을 내놨다.
이 작품에서 돌담으로 둘러싸인 제주의 해안가에 붉은색 레이저 선이 강렬한 인상을 준다.

실제로 1949년 11월 해안선으로부터 5KM 바깥쪽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폭도로 간주하고 총살을 하라는 포고령이 내려진 것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작가는 극단적인 비논리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자 실제로 제주 해안선에서 5KM 이내 지점에서 붉은색 레이저를 쏘고 그 설치를 사진으로 찍었다.

제주 출신 이승민 작가의 '불운한 남자G'는 여러 개의 조각과 드로잉(채색을 쓰지 않고 주로 선으로 그리는 회화)로 구성됐다.

'불운한 남자G'는 작가의 외삼촌으로 실존 인물의 이야기이다.

일본에서 해방돼 새로운 사회를 염원하고 희망에 가득 찼던 제주에서 단 한 번의 사건으로 절망으로 치닫는 그때의 상황을 작품에 담았다.

이 작품은 하나코라는 여동생이 뱀에 물리면서 급히 제주로 돌아오는 얘기로 시작한다.

뱀에 물린 하나코를 형상화한 조각 작품도 있고, 종이로 만든 인형도 있다. 이 인형은 귀신을 의미할 수도 있고 저승사자를 의미하기도 한다.

대표 조각으로는 산을 급히 내려오는 사람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사건 당시 산에 올라갔던 사람들이 내려오면 살려주겠다고 해서 겨울 산을 힘들게 내려오는 장면을 조각으로 만들었다.

김범준 작가 작품 'Red-hunt'는 4분가량의 영상으로 '빨갱이'라는 낙인을 찍어 사람을 너무 쉽게 죽이는 것을 비꼬아 퍼포먼스로 표현했다.

영상은 어렸을 적에 한 번씩은 해봤던 종이 쓰러뜨리기이다. 종이 접어 세워놓고 한 손을 양쪽 뺨에 한 번씩 댄 다음에 종이 앞에다 가져가면 종이가 쉽게 쓰러진다.

이밖에 옥정호 작가는 '다랑쉬 무지개'작품을 통해 1992년 다랑쉬 유해 실종 사건을 고발했고, 임경석 작가의 '보도연맹 사건'을 다룬 작품도 전시됐다.  /도움말: 이민지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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