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오는 12일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회의를 연다. 올 들어 세 번째 금리 결정회의다. 이번 회의는 이주열 총재 연임 후 처음 열리고, 미국 금리가 우리나라보다 높아진 후 열리는 첫 회의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연 1.25~1.50%에서 연 1.50~1.75%로 인상하면서 한국(연 1.50%)보다 높아졌다. 한·미 금리 역전은 10년 7개월 만이다. 일각에서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금리를 인상하면 당장 이 같은 우려는 완화할 수 있겠지만 국내외 여건이 만만하지 않다. 우선 물가 상승세가 여전히 저조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1월 1.0%, 2월 1.4%, 3월 1.3%를 기록했다. 이는 한은이 목표로 한 소비자 물가(1.7%)에 못 미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초래한 무역전쟁도 큰 부담이다. 미국과 중국의 신경전 속에서 우리나라 수출이 직간접적으로 위축될 수 있다. 수출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 축인 만큼 그 충격은 더 클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13일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열리는 만큼 그 전에 금리를 인상하기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주열 총재 연임 직후에만 해도 시장에서는 5월 조기인상론이 대두됐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여건을 반영해 하반기에 인상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횟수 역시 2회에서 1회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미국이 지난 3월 금리를 인상했지만 연내 3차례 금리인상 기대감은 유지한 데 기인한다. 연준위원들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기보다 인플레이션 압력 제한 등을 감안해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데 시장의 의견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전문가들의 관심은 소수 의견 유무에 쏠려 있다. 금통위원들의 소수의견은 향후 금리인상 횟수와 속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실마리가 되기 때문이다. 이번에 만장일치로 금리가 동결되면 다음달 열리는 금통위에서도 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금리인상은 하반기 1차례가 유력하다. 반면, 금통위원 중 소수의견이 나오면 상반기와 하반기 두 차례 인상 여지가 있다고 시장에선 보고 있다.
한은은 이번 금통위에서 지난 1월 발표했던 2018년 경제성장률(3.0%)과 물가상승률(1.7%) 전망치에 대한 수정 전망치를 내놓는다. 성장 전망이 긍정적이면 금리인상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주열 총재의 발언에도 관심이 쏠려 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하되, 금리 인상은 신중히 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에 이 총재가 어떤 시그널을 시장에 던질지가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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