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한 멜로, 뻔한 로맨스 결말. 이제 안방극장에서는 더 이상 이런 로맨스 드라마는 통하지 않는다. 젊고 트렌디한 배우들이 이끌어가는 드라마가 미니시리즈의 축을 차지했다면 최근에는 탄탄한 연기력을 지닌 명품 배우들이 출연하는 멜로, 휴먼 드라마가 사랑받고 있는 추세다.
그중 단연 눈에 띄는 드라마는 KBS2 월화드라마 ‘우리가 만난 기적(이하 우만기)’이다. ‘우만기'는 방송 단 3회 만에 10%대를 넘어서며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다.
지난 10일 시청률조사회사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전날 9일 오후에 방송된 KBS2 ‘우만기’ 시청률이 11.2%를 기록하며 10%대를 깨트렸다. 같은 시간에 방송한 SBS ‘키스 먼저 할까요?’는 1부 7.9%, 2부 9.3%를 기록하며 그동안 지켜왔던 월화극 1위 자리를 ‘우만기’에 내줬다.
‘우만기’는 방송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해 JTBC ‘힘쎈여자 도봉순’ ‘품위있는 그녀’를 연달아 흥행시킨 백미경 작가와 이형민 감독이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작품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백 작가가 보여줬던 그간의 작품과는 달리 따뜻한 가족극을 표방했다. ‘육체 임대’라는 독특하지만 익숙하게 봐온 소재에 대한 식상함에 대한 걱정도 있었지만, 이는 연기파 배우들의 대거 합류로 우려를 불식시켰다. 김명민, 김현주, 라미란 등 출연하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력은 탄탄했다. 여기에 백 작가의 흥미진진한 스토리 전개가 더해져 시너지가 극대화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리가 만난 기적’에 1위 자리를 내줬지만 SBS ‘키스 먼저 할까요’는 현재 미니시리즈 판도 변화에 혁혁한 공을 세웠다 할 수 있다.
‘키스 먼저 할까요’는 방송 전 ‘어른들의 멜로’라는 수식어에 맞게 ‘감성 장인’이라 불리는 배우들을 캐스팅 해 관심을 끌었다. 배우 감우성과 김선아를 전면에 내세운 ‘키스 먼저 할까요’는 젊은 배우들의 로맨스물과는 달랐다. 식상하고 평범한 로맨스물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던 미니시리즈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으며 시청자들에게 신선함을 안겼다.
그러나 드라마 중반까지 사랑받았던 ‘키스 먼저 할까요’는 다소 답답한 전개와 상처의 반복으로 고정 시청자들을 답답하게 만들었고, 새로운 드라마인 ‘우만기’로 눈을 돌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키스 먼저 할까요’는 여전히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우만기’와 ‘키스 먼저 할까요’와는 대조적으로 같은 시간대 방송중인 MBC ‘위대한 유혹자’는 1%대 시청률이라는 기록으로 고전에서 허덕이고 있다. ‘대세 배우’로 각광받았던 우도환과 걸그룹 레드벨벳의 조이를 전면에 내세워 젊은 남녀의 로맨스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력했지만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와 일부 배우의 어색한 연기 등의 혹평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시청자들은 좋은 연기와 스토리, 탄탄한 연출력이 선행되는 드라마에 열광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우만기’와 ‘키스 먼저 할까요’의 인기가 앞으로 제작될 많은 미니시리즈의 향방을 흔들어 놓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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