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처럼 식음료 업계에도 복고 열풍이 불고 있다. 최소 10~20년 전에나 볼 수 있었던 독특한 디자인의 유리컵들이 ‘빈티지(Vintage) 컵’으로 불리며 온라인몰에서 인기다.
10일 중고용품을 사고파는 사이트에는 서울우유와 빙그레, 썬키스트 등에서 1990년대 제작했던 컵들이 적게는 2만원, 많게는 5만원에 거래되고 있다.
썬키스트 같은 경우에는 유리잔에 한글로 브랜드명이 적혀 있는데, 이 점이 20대 젊은이들에게는 소위 ‘힙하다’는 평을 받는다. 힙이란 영어 단어 'hip'에 한국어 ‘-하다’를 붙인 말로, 개성이 강하고 멋있는 것에 주로 쓰는 말이다.
이 컵들도 연산이 올라갈수록 구하기 어렵고 디자인이 특이한 점을 인정해 값을 더 쳐준다. 1970년대 서울우유 230㎖ 흰색 도자기 머그컵 5개는 옥션에서 28만5000원에 판매됐다. 1995년 한국시리즈 챔피언 당시 나온 OB베어스 컵 등은 부르는 게 값일 정도다.
소비자들은 “옛날 컵들은 사은품이라도 튼튼하게 만들어서 지금 써도 괜찮다”며 “이제 와서 다시 보니 너무 귀엽고 정감 간다”, “나도 집에 30년 된 서주우유 컵이 있는데 용돈벌이 좀 해야겠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옛날 컵은 잠시 스치는 유행일 것이란 예상과 달리 지난해부터 해를 넘기며 이어지고 있다. 복고주의를 지향하는 패션 유행인 레트로(Retroo) 감수성과 맞물린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우유는 2016년 3월 ‘나백프로(100%)’ 프로모션 행사에 참여한 소비자들에게 1970년대 중반까지 사용했던 유리병 우유를 다시 제작해 증정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해 빈티지 사이다를 한정 판매했다. 195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선보였던 5개의 칠성사이다 디자인을 그대로 살렸다. 이 디자인은 세계 3대 디자인 시상식으로 꼽히는 독일 ‘IF 디자인 어워드 2018’에서 음료 패키징 부문 본상을 받았다.
빙그레도 최근 공식 인스타그램 행사에 댓글로 참여한 50명을 추첨해 1인당 2개씩 빈티지컵 총 100개를 증정했다. 이 행사를 위해 특별히 1980년대말, 1990년대 초반 사용하던 로고와 컵 형태를 비슷하게 제작했다.
김태규 빙그레 홍보팀 과장은 “빙그레에 대한 좋은 추억을 가지고 있는 소비자들이 이번 이벤트를 통해 향수를 느끼고 추억을 만들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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