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광장이 지금보다 3.7배 커진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종진 문화재청장은 중앙분리대를 없애 광장을 오는 2021년까지 5만㎡가량 확대하는 내용의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안’을 10일 발표했다.
앞서 지난해 4월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박 시장과 만나 광화문광장을 역사성을 회복하고 민주주의 상징 공간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이후 정부는 같은 해 7월 국정과제에 이를 포함시켰다.
◆ 사직·율곡로 우회...도로 지하화 계획은 무산
현재 1만8840㎡ 규모의 광화문광장은 총 6만9300㎡로 넓어진다. 세종문화회관 방향의 도로 폭 60m를 확장해 2만4600㎡ 규모의 시민광장으로 탈바꿈시킨다. 시민광장은 태양광 시설을 설치해 친환경 광장으로 조성된다.
광화문 앞을 가로지르는 사직로와 율곡로 자리에는 4만4700㎡의 역사광장이 새롭게 들어선다. 사직·율곡로는 새문안로5길로 우회하게 되며, 10차로였던 세종대로는 6차로로 일부 구간이 축소된다.
당초 광화문포럼에서 제안됐던 광화문 주변 도로 지하화 계획은 무산됐다. 시는 대규모 공사로 인한 시민 불편과 사업의 경제성을 감안해 지하화 대신 우회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지하화 시 설계 및 공사에 6년이 걸리고, 재정도 약 500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시는 광화문광장의 역사성 회복에 나선다.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월대(궁전 건물 앞에 놓는 넓은 단)를 복원하고 그 앞을 지켰던 해태상도 원래 위치인 광장 쪽으로 이동된다.
이번 광장 확대 계획에 포함되지 않은 교보문고 건물과 KT건물 등 광장 주변의 공공·민간 건축물 저층부 일부에는 테라스가 조성돼 휴게공간으로 탈바꿈된다.
향후 시는 토론회와 주민 설명회 등을 거쳐 오는 8월 설계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내년 기본 및 실시설계를 거친 뒤 오는 2020년 공사를 시작한다.
◆ 워싱턴 ‘내셔널몰’처럼...총 1000억원 투입
시는 광화문광장 확대를 통해 이 일대를 대한민국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박 시장은 “광화문광장 일대는 국가의 천년 철학이 담긴 공간이자 시민이 주인임을 보여준 민주주의의 성지”라며 “새로운 광장은 다양한 시민 활동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계획은 도로 가운데 중심 축을 만들고 이를 중심으로 주요 기관과 다양한 상업시설이 들어서 시민들이 휴식과 각종 행사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미국 워싱턴디시(DC)의 ‘내셔널몰’과 영국 런던의 ‘더몰’을 참고로 하고 있다.
1900년대 초 워싱턴 개발 당시 광장 조성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계획이 진행됐고, 그 결과 내셔널몰이 도심 한가운데에 들어섰다. 광활한 이 잔디광장 주변에는 현재 링컨 기념관과 국회의사당, 자연사박물관 등이 위치해 있다.
영국 버킹엄 궁전에서 시작해 트라팔가 광장까지 이어지는 붉은 도로인 더몰은 엘리자베스 여왕의 즉위 행사와 윌리엄 왕자의 결혼식 행진이 열린 곳이다. 지금도 더몰에서 진행되는 근위병 교대식에는 이를 보기 위해 매일 수백명의 관광객이 모여들고 있다.
설계비 약 30억원을 포함한 사업비 약 995억원은 국비와 시비 각각 50%로 조달된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역사광장 부분은 경복궁의 온전한 복원이 중요하기 때문에 문화재청이 주관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고, 시민광장은 시가 주관해서 추진하게 될 것”이라며 “이 밖에 교통 문제도 있기 때문에 경찰청과 행정안전부 등과 함께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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