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 무서명거래 무산 위기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전운 기자
입력 2018-04-10 19:00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카드사-밴사, 전표매입 수수료 싸고 갈등 격화

 

서민금융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신용카드 5만원 이하 결제시 무서명거래가 무산 위기에 놓였다. 전표매입 수수료을 절감해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리고 소비자들의 편의를 도모하고자 시행됐지만, 카드사와 밴(VAN) 업계의 마찰이 끊이지 않으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무서명 거래로 사라진 전표매입 수수료를 놓고 카드사와 밴업계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법적 공방은 물론 특정 카드사의 거래 거부 등 밴사들은 사활을 걸고 카드업계에 반발하고 있다.

지난 2016년 4월부터 금융당국과 카드업계, 밴업계는 무서명거래를 시행키로 하면서 밴대리점의 수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합의안을 마련했다.

밴대리점은 가맹점에서 카드 전표를 수거해 전달하는 대가로 전표매입 수수료를 받는다. 하지만 무서명거래가 시행되면서 수거해야 할 전표가 줄어 밴대리점의 수익 감소가 불가피하다. 이에 카드사와 밴사가 논란 끝에 이를 보전해 주기로 합의한 것이다.

이 때문에 밴대리점 전표매입 수수료 1건에 발생하는 36원 가운데 카드사와 밴사가 각각 18원과 12원을 보전해 주고 밴대리점이 손실 6원을 부담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난해 밴사들이 일부 카드사로부터 받는 밴수수료 산정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뀌며서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다.

KB국민카드와 신한카드는 밴수수료 산정방식이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뀐 만큼 무서명거래 수수료도 이에 맞춰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고, 밴업계는 두 카드사의 요구가 기존 합의안보다 무서명거래 수수료를 덜 부담하는 방식이어서 수용 불가를 고수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의 부담이 18원이 아닌 50% 가량으로 맞추기로 하면서 갈등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비씨카드가 합의안에 반발하고 나섰다. 지난해 비씨카드는 "일반 카드사와 달리 우리는 프로세싱 기업이기 때문에 절반 수수료를 줄수 없다"고 반발했고 18원보다 낮은 금액의 수수료를 지급했다.

밴업계는 크게 반발하면서 "금융당국, 카드사·밴업계가 함께 합의한 조정안을 일방적으로 어기고 있다"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키로 했다. 갈등이 치닫자 비씨카드가 한발 물러서면서 문제는 해결되는 듯 했다. 그러나 올해들어 신한카드와의 마찰이 다시 시작됐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6월부터 6만개 가맹점을 대상으로 했던 매출전표 직매입 업무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기로 하고, ICT업체인 케이알시스에 카드결제 승인이 정상거래인지 확인하는 '데이터캡처 청구대행 업무'를 위탁했다. 이렇게 되면 전표매입 수수료 자체가 없어지고 카드사와 밴업계 간 조정안은 무용지물이 된다. 최근에는 삼성·롯데카드도 신한카드와 같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생존 위기에 놓인 밴업계의 반발이 극심한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수익이 줄고 있는 카드사들은 비용절감을 위해 새로운 결제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하지만 이는 곧 밴업계의 공멸을 초래하는 것이기 때문에 밴업계의 극심한 반발로 2년간 이뤄졌던 무서명 거래 제도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