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정시 확대,입시부담 감소할 수도..수시도 소수점 차이 합ㆍ불합격 결정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이광효 기자
입력 2018-04-10 16:03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 입시지옥 원인은 수능이 아닌 높은 입시 경쟁률

[사진=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 제공]

교육부가 주요 대학교들에 대입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 위주 정시를 확대할 것을 요구하자 일부 진보 성향의 교육단체와 교사 단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정시 확대와 대입 수시, 특히 금수저 전형이라 비판받는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 축소ㆍ폐지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정시가 확대되고 대입 수시, 특히 학종이 폐지되면 학생들은 1~2점 차이로 합격 여부가 결정되는 극심한 입시경쟁에 내몰릴 것이다. 교육부가 갑자기 정시 확대를 요구하며 지난 10여년 동안 정시 비중을 확대하고 수시 비중을 늘려왔던 교육정책 기조를 뒤집어 교육 현장은 극심한 혼란을 겪고 있다”며 정시가 확대되면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지금보다 더욱 급증할 것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다르다. 입시지옥의 원인은 수능 같은 국가표준화 시험이 아니고 높은 입시경쟁률이기 때문.

▲수능 폐지돼도 입시지옥은 여전

수능을 폐지하고 100% 수시로 대학교 신입생을 선발하더라도 지원자가 100명이고 대학교 입학 정원이 20명이라면 지원자 100명 중 80명은 탈락하고 20명만 합격하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즉 입시부담 정도는 입시 경쟁률에 따라 달리지는 것이지 수능이 없어진다고 해서 입시부담이 감소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지원자 모두를 합격시키지 않는 이상 ‘줄 세우는 기준’이 달라질 뿐이지 ‘줄 세우기’ 자체는 없어지지 않는다.

수능이 아닌 학교생활기록부로 대학교 신입생을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이나 ‘학생부종합전형’도 ‘줄 세우는 기준’이 수능 점수가 아닐 뿐이지 역시 학생부로 수험생들을 줄 세워 수험생들을 합격시키고 불합격시키고 있다.

2018학년도 대입에서 전체 모집인원의 74%를 수시로 선발할 정도로 이미 대입에서 수능 비중은 극도로 적어졌다. 이런 상황에서도 입시지옥은 계속되고 있다. 수능 위주 정시가 확대되더라도 학생들의 입시 부담이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 대목이다.

수능 위주 정시에선 최소한 동아리나 봉사활동, 논문 같은 비교과 영역을 준비할 필요가 없고 수능 시험 준비만 하면 된다. 또한 무슨 기준으로 평가하는지 알 수 없는 수시, 특히 학종과 달리 평가기준이 분명하다. 최소한 학부모의 부담은 많이 줄고 학생들 입장에서도 수시, 특히 학종보다는 입시 부담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당시 온 국민을 분노하게 만든 정유라 입시부정도 수시 때문에 일어난 것이다.

수시나 학종도 1~2점, 극단적으론 소수점 차이로 합ㆍ불합격이 결정되는 일이 생긴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중간고사나 기말고사에서 1~2점 차이로 등급이 바뀔 수 있다.

▲여전히 수시가 대입 대세

안선회 중부대 진로진학컨설팅학과 교수는 10일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전형 방식이 어떠하더라도 한정된 인원을 합격시키는 시험에선 적은 점수 차이로 불합격하는 것은 일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인데 정시 확대를 반대하는 측은 수능 위주 정시에서만 1~2점 차이로 합ㆍ불합격이 결정되는 일이 생기는 것처럼 말하고 있다. 학종에선 소수점 차이로 합ㆍ불합격이 결정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시에선 고등학교 재학 시절 내내 입시부담을 겪어야 하지만 수능 위주 정시에선 1~2학년 때 공부를 게을리하다 뒤늦게 정신 차려 준비하면 수능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어 명문대에 입학하는 것이 가능하다. 입시부담은 정시보다는 수시가 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요구로 주요 대학교들이 정시를 어느 정도 확대했지만 그렇더라도 여전히 대입에서 수시는 7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정도로 수능 위주 정시 비중은 매우 낮다. 또한 수시, 특히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도 수능 준비를 같이 하는 경우가 많고 수시와 수능이 겹치는 부분도 많다. 수능 역시 수험생들이 이수하는 정규 교육과정을 기준으로 출제하기 때문.

고등학교 3학년 딸을 둔 한 학부모 A(46, 여)씨는 “수시를 준비하는 학생들도 수능을 같이 준비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갑자기 대학교들에 비공식적으로 정시를 확대할 것을 요구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입시제도를 크게 바꾼 것도, 교육 현장에 큰 혼란을 일으킨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다.

수시 확대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의 권력이 막강해 졌다는 것이다. 배용제 씨는 지난 2012∼2014년 자신이 실기교사로 근무하던 경기도 한 고등학교의 문예창작과 미성년자 여학생 5명을 성폭행·성추행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달 2심에서 징역 8년과 20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선고받았다.

피해 학생들은 수시전형을 통해 주로 대학 입시를 준비했는데 배씨의 영향력 때문에 범행에 맞서지 못했다. 수시전형으로 입학하려면 문예창작대회 수상 경력이 중요한데 실기교사인 배씨에게 출전 학생을 추천할 권한이 있었던 것.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