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 선거판 흔드는 '차이나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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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인선 기자
입력 2018-04-11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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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투자 유치해온 나잡 총리 vs 중국 투자 경계하는 마하티르 前 총리

  • '차이나머니' 국가 안보 위협, 빈부격차 심화 등 초래…우려 목소리 높아져

두달 앞으로 다가온 말레이 대선에서 나집 라작 현 총리(왼쪽)와 마하티르 모하맛 전 총리가 대결을 펼친다. [사진=바이두]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가 정권을 잡으면 중국과 체결한 수많은 계약이 취소될 것이다.” <나집 라작 현 말레이시아 총리>
“우리는 더 이상 '차이나머니'를 환영하지 않는다. 기존의 중국 투자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다." <마하티르 모하맛 말레이시아 전 총리>

두 달 앞으로 다가온 말레이 대선에서 ‘차이나머니’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3연임에 도전하는 여당연합 국민전선(BN)의 나집 현 총리와 15년 만에 권좌에 도전하는 야당연합 희망연대(PH)의 마하티르 전 총리의 양자 대결로 펼쳐질 말레이 대선에서 차이나머니가 국가 경제발전에 약이냐 독이냐를 두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것.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9일 이는 동남아 국가들이 중국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육해상 실크로드) 등에 동참해 인프라 투자를 유치하길 원하면서도 동시에 과도한 중국 경제 의존도를 경계하는 양면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친중 행보를 보여온 나집 총리는 재임 기간 중국으로부터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2016년 10월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 나집 총리는 "중국이야말로 말레이시아의 진정한 친구이자 전략적 동반자"라고 치켜세우며 중국으로부터 300억 달러의 중국 투자도 약속 받았다.

말레이 곳곳에서는 중국기업들이 각종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중국 부동산재벌 비자위안(碧桂園)은 조호르주 경제특구에 2500억 위안(약 43조원)을 투자한 '삼림도시(Forest City)' 프로젝트를 20년 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다. 나집 총리가 2016년에만 두 차례 이곳을 방문해 지원사격했을 정도로 공들이는 사업이다.

중국 부동산 재벌 뤼디(綠地)그룹은 수도 쿠알라룸푸르에서 고속도로 건설 및 인근 지역 인프라 건설사업을 계획 중이다. 이밖에 중국 국영기업인 중국교통건설은 쿠알라룸푸르 북부 곰박지역에서 켈란탄주 와카바루까지 총 688km의 동해안 철도사업을 유치해 지난해 8월 착공에 들어갔다.

중국은 지난해 말레이에서 외국인직접투자(FDI) 1위 국가다. 중국은 지난해 말레이가 유치한 FDI 547억 링깃에서 7%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레이를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은 212만명으로, 올해는 222만명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말레이를 비롯한 동남아에 과도한 중국의존도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지난해 스리랑카가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지 못해 결국 남부 함반토타 항구 운영권을 99년동안 중국에 넘긴 것은 '차이나머니'에 경종을 울렸다. 

마하티르 전 총리가 중국기업 투자에 제동을 걸고 나선 이유다. 그는 최근 SCMP와의 인터뷰에서 "말레이는 중국 투자로부터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며 "우리는 더 이상 차이나머니를 환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중국의 투자가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빈부격차를 심화시킨다는 것이다. 마하티르 전 총리는 "비자위안이 조호르주에 건설 중인 아파트는 집값이 1채당 약 100만 링깃(약 2억7000만원)으로, 연평균 소득이 6만2736만 링깃인 말레이 현지 주민들에겐 '그림의 떡'"이라며 "결국 돈 많은 중국인 부자들이나 이곳에 살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마하티르 전 총리는 동해안 철도사업 등과 같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사업을 재검토할 것이라며 중국 투자를 모두 철수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말레이 국민 이익을 수호하고 외국인 투자가 말레이 경제 발전에 도움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임을 주장했다.  이는 말레이 인구 4분의 1이 화교인 것과도 연관이 있다. 중국에 뿌리깊은 애착을 갖고 있는 화교 유권자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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