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내 임무가 나라를 지키는 건지 막노동을 하는 건지 헷갈릴 때가 있었을 겁니다. 기자는 남해 모 해안대대에서 병사로 복무할 당시 소대 선임들과 3주 동안 레이더기지 외벽 철거를 한 게 기억에 남는데요.
2명이 해머로 벽을 냅다 후려치다 지치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했습니다. 잠시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일부 인원은 잔해물을 치웠습니다. 차라리 전술훈련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순간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생각을 200% 충족시켜줄 부대가 육군에 있습니다. 육군과학화전투훈련단(KCTC) 전문대항군부대인 ‘전갈연대’가 바로 그곳입니다. 그야말로 전투를 의한 전투에 의한 곳입니다. 평소 서바이벌 게임이나 등산이 취미인 예비 장병이라면 꼭 도전해볼 만합니다.
◇ 전갈연대 지원하려면 훈련소를 잘 골라야 한다
전갈연대는 논산훈련소와 1군사령부 예하 7개 신병교육대(2사단, 12사단, 15사단, 21사단, 22사단, 23사단, 27사단)의 지원자 중 면접을 거쳐 선발합니다. 다른 신교대에선 아예 지원할 수 없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공식적인 선발 기준은 신체등급 2등급 이상, 몸무게 60kg 이상, 신장 165cm 이상인 인원입니다. 다만 북한군과 최대한 비슷한 체형의 인원을 선발하기 위해 키나 몸집이 너무 크면 감점 요인입니다.
시력 제한도 없으나 전술적으로 취약한 부분이 많아 안경을 쓰지 않는 인원이 훨씬 유리하다고 합니다. 통상 모집 인원의 3배수로 지원을 받지만 가끔 지원 인원이 부족할 때에는 특기가 운동인 훈련병 중에서 차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선발된 인원은 전갈교육대에 입소해 각개전투, 독도법, 통신교육, 마일즈 장비 숙달 등 3주간의 훈련을 수료해야 합니다. 2주 차에는 20km 산악행군, 3주 차에는 40km 산악행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비표와 흉장을 받아야 비로소 전문대항군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특기가 소총병이지만 박격포, 포병, 전차병 등의 임무를 수행할 수도 있습니다. 훈련 때 실사격을 하지 않을 뿐 실전과 똑같이 진행됩니다. 전갈연대에서 사용하는 장비는 모두 우리 군 무기지만 통제 시스템에 입력된 데이터값은 북한군 무기 제원을 기반으로 설정되어 있습니다.
◇ '전갈연대'의 일상은 일반 야전부대보다 조금 더 특별하다
전갈연대원들의 군 생활은 일반 야전부대와 비교해 조금 특별합니다. 아침을 국군 도수체조와 구보로 시작하기는 하지만 그냥 연병장을 뛰는 게 아니라 3km를 단독군장과 완전군장, 방독면 구보를 병행합니다.
전투체육 시간에는 주로 산악지역에서의 신속한 기동과 환자후송능력, 탄약운반능력 등 실제 전투 임무와 기술에 필요한 체력을 기르기 위한 ‘KCTC식 전투 체력단련’을 실시하는 것도 일반 야전부대와 차이점입니다.
평소 일과는 근무를 서기도 하고 병기본이나 소대 전술훈련을 하는 데 이것도 매우 빡셉니다. 혹한기나 유격훈련을 따로 받는 게 이유에서입니다. 대규모 야외 기동훈련은 연 6~8회 진행되는 훈련부대와의 공방전, 연 1회 진행되는 대대 전투훈련과 중대 전투훈련이 있습니다.
전갈연대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훈련은 중대 전술훈련으로 연대 내 최강 중대를 가리는 경연대회라고 합니다. 토너먼트는 형식으로 치러지며 탑팀으로 선정된 중대에는 트로피와 포상휴가 증이 수여됩니다.
전갈연대는 휴가가 많은 편인데 총 2주간의 훈련부대와 공방전이 끝나면 순위를 매겨 적을 많이 사살한 전투 영웅에게 포상을 줍니다. 보통 5~7명을 사살하면 포상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주말도 없이 훈련이 계속돼 정기휴가 외에도 1년에 7박 8일의 보상휴가를 더 받기도 합니다.
◇ ‘전갈연대’ 비공식 무패인 사연은?
전갈연대의 명성은 ‘무패 신화’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인터넷에서 육군 모 부대가 이겼느니 졌느니 하는 이야기 전부 사실이 아니었습니다. 전갈연대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비공식적으로는 무패”라고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공식적으로 전갈연대는 2010년 7월 해병대 71대대에 패배한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훈련부대가 다양한 전술을 구사해보고 그 과정에서 성공과 실패를 교훈 삼는 본래의 훈련 목적상 어쩔 수 없는 면이 있다는 게 전갈연대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결국 “봐줬다”는 얘기인데 이를 고려한다고 해도 전군을 통틀어 해병대만큼 전갈연대원들을 애먹인 훈련부대가 없었다는 사실은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2012년 주한미군 1개 대대에 전갈연대가 처절하게 패배했다는 썰도 완전 허구였습니다.
당시 미군이 무인항공기(UAV)를 동원한 것은 맞지만 훈련 교장에 워낙 수풀이 우거져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고 딱히 기억에 강하게 남을 정도로 월등히 개개인의 전투력이 높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라도 승패를 떠나 실전경험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우리 군에 전문대항군 역할을 하는 전갈연대가 얼마나 중요한 존재인지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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