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과 재정이란 쌍둥이 적자 문제 해소를 위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원화절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그러면서 우리 부동산 시장이 1980년대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이 인위적 엔화절상에 의해 '돌아올 수 없는 20년'을 보낸 것처럼 우리 부동산 시장도 가격 급등과 거품 붕괴란 과정을 답습할 수도 있다는 게 이른바 '트럼플라자(Trump+Plaza)' 시나리오의 골자다.
결론부터 말하면 한국 부동산 시장은 플라자합의 이후 일본의 과정을 밟을 가능성이 적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일본은 엔화의 평가절상을 희석하기 위해 금리를 대폭 낮춘 게 거품 형성의 원인이었는데, 우리는 대내외적인 여건상 기준금리를 일본처럼 마냥 낮출 수 없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화가 수 년내 두배 이상 절상된 것과는 달리 우리는 미국의 압박에 따라 인위적으로 원화를 그만큼 절상할 가능성도 희박하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올리면서 한미간 금리는 역전됐다. 한미 간 정책금리가 역전된 것은 10년7개월 만에 처음이다.
일본의 경우 플라자합의 이후 달러당 260엔에서 1988년 120엔으로 100% 이상 엔화가 평가절상됐다. 그 사이 금리를 급격히 낮추면서 6대 도시의 상업용 지가는 플라자 합의 이후 5년간 2.5배 이상 치솟았다. 1990년까지 형성된 버블은 이후 금리인상 과정에서 급격히 꺼졌다. 1990년대 중반 집값은 30% 가량이 떨어졌고, 다시 5년 뒤에는 반 토막이 났다.
한국은 그동안 부동산 경기를 떠받쳐온 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는 단계다. 한국의 기준금리는 1.25%대의 저금리를 유지하다 작년 11월 1.5%로 0.25%포인트 올렸다. 기준금리가 인상된 것은 2011년 6월 이후 6년5개월만이다. 시중은행들도 잇따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김천구 연구위원은 "금리 인상 초기에는 부동산가격이 대체적으로 상승세를 보이지만 금리 수준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고 경기가 둔화 국면에 진입할 때 부동산값도 하락세로 돌아선다"고 말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로 금리 기조가 상승세로 돌어서기 전부터 주택 시장의 거품은 꺼지기 시작했다. 정부는 지난해 '6·19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잇따른 고강도 규제대책을 쏟아내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의 매맷값과 거래량은 눈에 띄게 감소추세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일반+재건축) 상승폭은 0.24%로 7주 연속 둔화됐다.
이영래 부동산서베이 대표는 "수도권과 지방의 특정도시를 중심으로 입주물량이 증가하고 금리인상 예고 등에 따라 부동산 경기도 전환점을 맞을 것이란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며 "다만 당장에 집값 폭락이 일어나진 않겠지만 전반적으로 상승세가 점차 가라앉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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