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호의 시시각각(時時刻刻)] 남북·북미 정상회담과 한중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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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아주경제 아세아중국연구소장·단국대 교수
입력 2018-04-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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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호 단국대 교수

올해는 한·중 수교 26주년이 되는 해로, 한·중이 수교하여 교류한 시간도 이미 청년기에 들어섰다. 투자·무역·인적교류를 중심으로 관계를 발전시켜 온 양국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서 역사·영토분쟁, 무역·어업권분쟁, 사이버공간에서 자존심 싸움을 벌이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인적·경제·문화교류는 원만하게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한·중 관계 발전에 쐐기가 된 것은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사건이다. 당시 중국의 한반도 남북한에 대한 입장이 우리의 입장과 상반됐기 때문이다. 또한, 2016년 북한의 연이은 핵과 미사일 도발로 한국 정부가 한·미 동맹체제에서 한반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하면서 중국 정부의 거센 반발과 한국에 대한 제재가 시작되면서 양국 관계는 수교 이래 가장 악화됐다.

한·중 수교 후 3분의 1의 시간이 서로 간 협력에 중점을 주고 달려왔다면, 3분의 1의 시간은 서로 교류하는 과정에서 모순점을 발견했고, 나머지 3분의 1의 시간은 안보와 국익이라는 측면에서 서로 견제와 마찰이 있었던 것이 한·중 관계의 지난 시간이라 할 수 있다.

동북아에 위치한 한국 입장에서 중국의 개혁·개방 정책은 도움이 됐지만,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빚어진 강대국 간 마찰은 남북한 대립과 중복되며 우리를 힘들게 했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정부의 안보와 경제이익을 모두 고려한 전략이 중요하다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은 동북아 국제관계뿐만 아니라 한·중 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만큼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을 동북아 국제관계와 연계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큰 변수 없이 회담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지난 2년간 제대로 못했던 한·중 수교 기념 행사에도 변화가 있을 것이며,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답방도 기대할만해 한·중 관계에도 긍정적 변화가 있을 듯하다.

한·중 관계가 소강기에 있을 때 피해를 많이 본 대상은 경제를 포함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기업이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마음에 상처를 많이 입은 사람들이 있다면 한·중 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해 오던 많은 양국의 국민들이라고 할 수 있다.  한·미 동맹의 안보를 기초로 한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자부하던 사람들은 중국의 신뢰성이라는 문제로 그나마 중국의 발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에서 중국의 성장을 부정적 보게 되면서 사고가 복잡해졌다.

사실, 남북한 대립 문제와 강대국들의 동북아 국제정치는 한국에게 안보와 경제적 측면에서 외우내란이다. 그러나 근대 이전 동아시아 국제관계에서나, 제2차 세계대전 후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한국은 강대국들의 대립과 각국의 이해관계에서도 생존하는 전략을 유지해 왔고 지금도 충분한 안보·경제 등의 외교력을 갖고 있다고 확신한다.

한반도의 주체는 우리가 되어야 한다는 게 우리 국민들이 국가를 지키고 국민경제를 부흥시키려 노력했던 동력이자 국가와 자손들을 위해 교육을 중시했던 부모님들의 교육열이었다. 우리에게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는 국가의 발전과 안전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의미에서 앞으로 한·미 관계나 한·중 관계, 그리고 기타 한국의 대외 관계에 파도가 일더라도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미리 그러한 상황에 대비하는 유비무환의 전략이다. 변화하는 국제환경에서 우리 정부는 국익을 높일 방법을 생각하면서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대외정책을 펼쳐야 한다. 또한, 남북한 관계가 개선되거나 악화된다고 해도 그것이 한국과 동북아 국제정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고려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밖에 서로 다른 사고와 주장이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감정이나 편견으로 대하기보다는 합리적 민주주의적 사고인 ‘다수의 뜻에 따르되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정신’으로 사회의 정의를 실천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 국제관계에서 한반도 남북한 관계는 한국의 대외 관계의 중요한 상수로 작용한다. 분단으로 남북한이 대치한 상황 아래서 한국과 한반도 주변 4강 관계는 북한정세와 강대국들의 동북아 국제정치에 따라 변수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번 남북 정상회담은 이런 상수인 한반도와 세계라는 의미에서의 회담일 것이고, 북·미 정상회담은 미국의 세계정치와 북한과 동북아정치에 대한 변수의 회담일 것이다.

상수와 변수가 어떻게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그 판단이 불분명하다. 그러나 상수의 예측 가능성이 변수의 예측을 이끌 수 있다면 두 회담은 어는 정도 연계가 될 수 있다. 이런 회담이 50% 이상의 성공적이라는 국제사회의 판단을 얻는다면, 동북아 국가들의 협력도 50% 이상 가능해 질 것으로 보인다. 즉, 남북 회담과 북·미회담은 한반도와 동북아 국가들의 관계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남북한 관계가 좋고 나쁨에 따라 한국의 대외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반대로 한반도 주변의 국제관계 변화는 한반도 남북한 관계에 반영되는 게 현실이다. 또 한·미 관계는 미국과 동아시아라는 관계에서 한반도의 남북한 관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한반도 주변의 4강의 한반도에 대한 정책 변화로 이어진다.

그리고 중국의 경제적 성장과 정치적 변화 이제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 중국의 동북아 국제관계와 미·중 관계에 따라 한·중 관계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지난 26년의 한·중 관계를 돌아보면 우리의 역사적 관계에서 나타난 것과 같이 평탄함 속에 기복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제2차 세계대전 후 냉전체제가 이미 73년이나 이어져 왔다는 점과 미국과 중국이 대립한 한국전쟁 종전이 65년이나 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중 관계는 앞으로 서로 더욱 노력해야 하는 관계로 보인다.

이런 의미에서 한·중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양국이 서로 바라보고 대하는 항심(恒心)이다. 시대 상황이 양국 관계 발전에 역행하더라도 그 항심을 유지하며 상대방을 대하면 그 진심에 의지해 양국 관계는 서로가 서로를 생각하며 행동할 수 있는 믿음으로 발전할 것이다. 각국 국내정치와 대외전략으로 외부 마찰이 있더라도 마음에 상대방의 진정이 존재한다면 이는 다시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 양국관계는 서로에 대한 변화지 않는 믿음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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