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보아오포럼 신임 이사장을 맡으며 아시아 최대 규모의 민간 외교 무대에 데뷔했다.
반 이사장은 최근 미·중 간 통상 분쟁이 격화하고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의 파고가 높아지고 있는 점을 의식한 듯 취임 메시지로 공존공영(共存共榮·함께 존재하며 번영한다)을 제시했다.
보아오포럼 폐막일인 11일 반 이사장은 전임자인 후쿠다 야스오 전 일본 총리 등 전·현직 이사들과 함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반 이사장은 시 주석이 전날 포럼 개막식 기조연설에서 밝힌 시장 개방 조치와 각종 규제 완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은 금융·자동차 시장 개방과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외국계 자본의 투자 제한 완화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중 무역전쟁의 확전을 막고 협상 테이블을 차리기 위한 포석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9일 보아오포럼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신임 이사장에 선출된 반 이사장은 이튿날인 10일 열린 '개혁개방 40년·중국과 세계'라는 주제의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해 목소리를 냈다.
그는 "어떤 국가도 홀로 존재하거나 발전할 수 없다"며 "우리 모두 단결해야 비로소 공동의 번영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화이트보드에 메시지를 남겨달라는 주최 측 요구에 '공존공영(共存共榮)'이라고 썼다. 미·중 간 분쟁의 중단과 국제 무역질서의 회복을 에둘러 촉구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반 이사장은 포럼 개최국인 중국을 배려한 듯 "중국은 많은 개발도상국들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모범 사례를 남겼다"며 "이를 통해 중국은 물론 전 세계가 행복한 생활을 영위할 날이 오기를 바란다"고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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