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기 소음피해 소송에서 승소한 주민들이 국가로부터 받아야 할 지연이자 140억여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된 최인호(57·사법연수원 25기·구속) 변호사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3단독 성보기 부장판사는 12일 업무상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최 변호사에게 "업무상 횡령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최 변호사는 2011년 3월 대구 공군 비행장 소음피해 손해배상 소송에서 이긴 주민 1만여명의 배상금을 나누는 과정에서 성공 보수 외에 주민들이 받아야 할 지연이자 142억원을 챙기고 약정서를 변조한 혐의(업무상 횡령 등)로 지난해 1월 불구속기소 됐다.
최 변호사 측은 원래 성공보수에 이자를 모두 포함하기로 약정했었다며 혐의를 부인해왔다.
이날 재판부는 최 변호사가 주민 대표들과 맺은 '대표 약정서'와 이를 기반으로 소송 의뢰인별 맺은 '개별 약정서'의 원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을 지적하며, "기소되지 않은 다른 사건의 약정서를 보고 이 사건의 약정 내용을 추단할 수밖에 없다"고 전제했다.
성 부장판사는 "피고인이 제출한 개별약정서 5건 중 4건은 '2형식 개별약정서'로 도저히 위조할 수 없는 형식을 띠고 있다. 4건에 대해서는 이자 전부를 성공보수에 약정했다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나머지 한 건 '1형식 개별약정서'는 위조할 수 있는 문서"라면서도 "피고는 위조 안 했다고 하고, (위조했다는) 직접적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개별약정서는 대표약정서 내용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 그렇게 보면 대표약정서도 성공보수에는 이자가 포함돼있는 것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 사건 전체 의뢰인은 10만명이 넘는다. 성공보수 약정을 다르게 하면 다 소문이 나기 때문에 아무리 돈 욕심이 있어도 이들을 속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약정서 변조 혐의에 대해서도 "성공보수 약정에 이자가 포함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피고인의 '한 번 변조된 서류를 원상회복한 것'이라는 주장이 맞다고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최 변호사는 이 사건과 별개로 수십억원 대 탈세 혐의로 구속기소 된 상태다. 서울고검 감찰부는 최 변호사가 수사 정보를 빼내는 데 관여하고 검찰 고위 인사 등에 로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를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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